그야말로 커피 전성시대다. 2006년 1200여개이던 국내 커피 전문점 숫자는 5년 만에 10배 늘어났다. 이제는 일반인도 에스프레소 콘파냐, 마끼아토, 카페 라테의 차이를 줄줄이 외운다. 바리스타(커피를 전문적으로 만드는 사람) 지망생은 남녀노소 넘쳐난다. 한국에서도 커피가 값싼 음료가 아니라 맛과 향을 즐기는 고급 음료로 자리매김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국가별 원두를 사서 직접 로스팅(생두를 열로 볶는 것)하는 마니아층도 생겼다. 커피를 내릴 때도 맛이 밋밋한 미국식 커피머신 대신 프랑스제 프렌치 프레스, 이탈리아산 모카포트, 독일제 에스프레소 머신과 일본제 핸드 드리퍼를 차례로 써 가며 커피맛을 비교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바쁜 직장인들이 직접 커피를 내려 마시려면 번거로움이 이만저만 아니다. 도구를 갖춰야 하고 시간이 지나면 맛과 향이 떨어지는 원두 보관에도 신경 써야 한다. 커피 전문점에서 사서 마시자니 시간도 없고 한 잔에 4000원 내외인 비용도 만만치 않다.
세계적인 커피전문점 체인인 스타벅스가 "제살깎기"라는 소리를 들어가며 인스턴트 커피인 '비아(VIA)'를 내놓은 것도 편리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맥심' 브랜드로 국내 커피믹스 시장 1위를 지켜온 동서식품 역시 이런 트렌드를 반영한 제품을 내놓았다. 지난해 국내 첫 인스턴트 원두커피인 '카누'가 그런 제품이다. 회사 측은 따뜻한 물과 잔만 있으면 언제든 아메리카노를 즐길 수 있는 편리성과 함께 스타벅스 비아의 3분의 1 수준인 합리적인 가격(1개당 325원)을 장점으로 내세운다.
카누는 작년 출시 보름 만에 150만개 이상이 팔려나갈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경쟁업체들도 잇따라 비슷한 제품을 내놓았고 대형마트에는 인스턴트 원두커피만 따로 모아놓은 별도 코너가 생겼다.
카누는 커피 전문점처럼 에스프레소 추출 방식으로 뽑은 커피 파우더(가루)가 주재료다. 여기에 원두의 향을 살리기 위해 잘게 간 콜롬비아산 원두를 넣었다. 커피를 마시면 커피 가루가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동서식품 관계자는 "카누는 제조과정에서 기존 인스턴트 커피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온도와 압력으로 원두에서 커피를 추출한다"며 "이렇게 하면 원두를 더 써야 하기 때문에 원가는 올라가지만 원두커피 고유의 맛과 향미를 살릴 수 있고 찬물에도 잘 녹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카누는 총 4종이 출시돼 있다. 100% 콜롬비아 원두를 충분히 볶아 진한 초콜릿 맛을 내는 '카누 콜롬비아 다크로스트', 아라비카 원두 중 프리미엄급 원두를 중간 단계로 볶는 마일드 로스팅 처리해 과일·와인향이 나는 '카누 콜롬비아 블렌드 마일드 로스트'가 있다.
단맛을 즐기는 소비자는 '카누 콜롬비아 다크로스트 스위트', '카누 콜롬비아 블렌드 마일드 로스트 스위트'를 마시면 된다. 코코넛 열매 추출물인 자일로스 성분이 들어 있어 설탕이 체내에 흡수되는 것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입에는 달지만 몸에는 좋다고 회사 측은 설명한다.
동서식품은 1인 가구가 늘어나고 한국인들이 120mL 잔에 익숙하다는 점에 착안해 기존 카누(200mL 1잔 기준)의 절반 사이즈인 '카누 미니'도 선보였다.
동서식품 측은 "카누 발매 직후 1개로 두 번 나눠 마신다는 소비자가 적지 않아 작은 사이즈 제품을 내놓게 됐다"고 밝혔다. 카누 미니 가격은 1개당 223원이다.
동서식품 김재환 매니저는 "세계 최초의 미니 사이즈 인스턴트 원두커피인 카누 미니를 통해 소비자들이 좀 더 편리하게 품질 좋은 아메리카노를 즐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