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도 추운데 고생하시네요. 3년 동안 매일 파지 모아서 판 돈. 참 친구도 도와줬어요. 적지만 보태세요. 저는 중곡동 할미."
흰색 우편 봉투 안에는 큼직한 글씨로 이렇게 쓴 편지지 한 장이 들어 있었다. 함께 들어 있던 돈은 하나은행 중곡동지점 자기앞수표 100만원권 3장과 1만원권 한 장, 그리고 2000원. 한국구세군은 "지난 15일 모금된 명동 우리은행 앞 자선냄비에서 자신을 '중곡동 할미'라고만 밝힌 기부자의 편지와 기부금 301만2000원을 발견했다"고 18일 밝혔다. 구세군 관계자는 "현장 모금을 진행한 사관도 기부자를 잘 기억하지 못했다"며 "액수의 많고 적음을 떠나서, 폐지를 팔아 어렵게 모은 돈을 더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내놓은 마음에 구세군 모두가 큰 감동을 받았다"고 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최근 며칠 새 자선냄비 계수 과정에서는 이 밖에도 다양한 편지들이 나왔다. "친정 부모님이 돌아가신 지 아버지는 6년 엄마는 4년 되었는데, 두고 간 수첩 속에 갈피갈피 챙겨둔 돈을 차마 쓸 수가 없어서 불우이웃돕기에 동참하면 하늘나라에서도 부모님이 잘했다고 하실 것 같다"고 쓴 편지도 있었다. "초등학교 4학년 권서진"이라고 자신을 밝힌 한 편지에는 천진난만한 자선냄비·종 그림과 함께 "제 돈이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큰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쓰여 있었다.
구세군의 빨간 자선냄비는 올해도 따뜻한 온정으로 끓어오르고 있다. 지난 9일엔 서울 명동 입구의 자선냄비에 60대 안팎의 남성이 1억570만원권 수표와 편지를 넣고 갔다. 구세군은 편지 내용과 필체 등으로 미뤄 이 후원자가 작년 서울 명동 자선냄비 1억1000만원 기부자와 같은 사람인 것으로 추정한다.〈본지 11일자 A1면 보도〉 앞서 2일에는 구세군 자선냄비 계좌에 1억원을 이체해 기부한 익명의 기부자도 나왔었다.
지난해 역대 가장 많은 48억8700여만원을 모금했던 구세군의 올해 모금 목표는 50억원. 16일까지 전국 76개 지역 300여곳 자선냄비에서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 늘어난 27억6500여만원이 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