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이로 세 살이 됐는데도 입양이 안 돼 걱정했던 아이였거든요. 근데 그 시골 공항까지 나와서 날 기다리고 있었어요. 2005년 아기 때 딱 한 번 만났는데도 왠지 한눈에 알아보겠더라고요."
지난 10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잭슨빌의 미국인 가정에 입양된 재호(9)를 만난 얘기를 할 때, 사진가 조세현(54)씨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재호는 발달 장애로 물리치료를 받던 아기였고, 2005년 배우 고소영씨가 안고 사진을 찍은 아이였다. "7년 만에 보니 무척 건강해서 마음이 놓였어요. 1박 2일 함께 지내며 네 끼를 같이 먹었는데, 누나 둘과 형 하나, 양부모 사랑을 듬뿍 받는 걸 한눈에 알겠더라고요. 이번 전시에 초청했는데 가족 사정 때문에 못 오게 된 걸 아쉬워하기에 '고소영 누나에게 꼭 얘기해주겠다'고 했지요."
사진가 조세현씨가 매년 연말 열어온 입양 아기 사진전 '천사들의 편지'전이 올해로 10회를 맞았다. 입양을 앞둔 아기들을 연예인 등 유명 인사들과 함께 촬영한 사진전이다. 올해는 김승우·김남주, 션·정혜영, 유준상·홍은희 등 부부 연예인들이 참여했고, 그가 직접 찾아가 만난 입양 가족 사진들도 함께 전시된다. 20일 서울 인사아트갤러리 전시 개막을 앞둔 그는 18일 "사실 이런 사진전은 빨리 사라지는 게 맞다. 해마다 열린다는 게 어쩌면 슬프고 부끄러운 일"이라고 했다. "어떤 사람은 전시를 보고 나서 말해요. '저 아가들이 날 계속 바라보고 있다'고요. '버리지 말아 달라'는, '내게도 사랑받을 권리가 있다'는 아기들의 말 없는 호소에 귀 기울여주길 바랐어요."
조세현씨가 입양아들과 첫 인연을 맺은 건 상업사진가로 이름을 날리던 2003년. 대한사회복지회의 한 복지사가 그에게 이메일을 보내왔다. "아기들이 보통 생후 3~4개월에 입양을 가는데, 기념 '백일사진'을 찍어달라"는 부탁이었다. 그는 "마치 내가 그런 제안을 기다려 온 듯, '해야 할 일'이 내게 왔다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처음엔 '한 번만…'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장애 탓에 입양되지 못하고 시설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이 사진을 보며 행복해하는 모습에 그만둘 수가 없었다. 그의 사진에 '사람의 온기'가 더 많이 들어온 건 이때부터다.
비, 이병헌, 김혜수, 고소영, 빅뱅, 윤은혜, 유승호…. 이후 수많은 스타가 아기를 안고 조씨의 카메라 앞에 섰다. '왜 아기들을 발가벗기나' '저 가식 덩어리 여자 연예인은 손톱도 안 깎았더라' '조세현이 돈 때문에 입양아까지 이용한다'…. 별의별 험담과 악플도 무성했다.
그만둘까 고민도 많던 2006년 여름, 그가 사진 찍어준 아이를 입양한 열두 가정이 플로리다에서 가족 모임을 열며 그를 초청했다. "두 다리가 절단된 아기가 있었거든요. 근데 그 아이가 의족을 달고 수영도 하고 축구도 해요. 사랑을 듬뿍 받으니 애가 '부티'가 나는 거예요." 조씨는 그날 "멈추지 말자. 누가 뭐래도 계속 이 일을 하자"고 스스로를 다잡았다.
그가 10년간 입양아 사진을 찍는 사이 2006년에는 '입양의 날'(5월 11일)이 제정됐다. 그는 "입양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데 작은 도움이 된 것 같아 뿌듯하다"고 했다. 조씨는 특히 이번 전시에서 당당히 미혼모임을 밝히고 아이를 기르는 '미혼 양육모 가정'의 사진도 함께 건다. 그는 "제일 좋은 건 부모가 직접 아기를 키우는 것"이라며 "입양 아기 사진을 찍으면서, 취업 알선과 교육 등 미혼 양육모에 대한 지원이 절실하다는 걸 알게 됐다"고 했다.
"내년부터는 미혼 양육모 가정 사진도 더 열심히 찍으려고요. 더 많은 엄마가 직접 아기를 키우게 되면 자연히 해외 입양도 줄어들 테니까요. 혹시 또 알아요? 조만간 '미혼 양육모의 날'도 생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