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년 동안 전 세계 기업공개(IPO) 시장 점유율 1위를 자랑하던 홍콩이 올해엔 부진한 성적을 냈다.

17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는 리서치업체 딜로직의 자료를 인용해 올해 전 세계 기업공개 유치 순위에서 홍콩이 3년 동안 유지했던 1위에서 4위로 밀려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1위는 페이스북 상장을 유치한 뉴욕 증권거래소였고, 2위와 3위는 각각 나스닥과 도쿄 증권거래소가 차지했다.

최근 몇 년 동안 홍콩 증권거래소에는 각종 명품업체와 중국 대형 국영기업이 몰려들었다. 2010년엔 중국 국영은행인 농업은행, 프랑스 화장품업체인 록시땅, 러시아 알루미늄업체인 루살이 홍콩시장에 상장했고, 2011년에는 이탈리아 패션업체 프라다, 미국 여행가방 브랜드인 샘소나이트가 상장했다.

올해는 사정이 달라졌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국가 재정위기 여파로 글로벌 경기가 불황에 빠지며 투자심리가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의 경기둔화로 중국 국영기업이 IPO에 참여하지 않은 것도 홍콩 IPO 시장에 직격탄을 날렸다.

대형 업체의 상장도 다른 거래소에 빼앗겼다. 홍콩 증시 상장을 검토하던 영국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뉴욕 증권거래소에 상장한 데 이어, 런던 보석업체인 그라프(Graff)는 홍콩 증시 상장을 연기했다. 딜로직에 따르면, 홍콩 거래소의 IPO시장 점유율은 작년 18.8%에서 올해 8.7%로 대폭 줄었다.

조나단 펭킨 골드만삭스 아시아 자본시장 대표는 FT에 "중국 국영기업의 IPO가 동면상태에 접어들면서 IPO 시장도 쪼그라들었다"고 말했다.

그나마 이달 중국 런민보험(PICC)이 홍콩 증시에 상장해 홍콩의 자존심을 세워줬지만, 그나마 공모가격이 예상범위 중 제일 낮은 수준인 31억달러에 그쳤다. FT는 "PICC의 지분을 대부분 중국 국영기업이 챙겨 '가족과 친구만의 잔치'에 그쳤다"고 평가했다.

다만 향후 전망에 대해선 낙관하는 목소리가 높다. 마이클 앤드류 KPMG 글로벌 대표는 FT에 "내년 하반기에는 IPO 시장이 살아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FT는 "현재 상하이 증권거래소에는 800개의 기업이 상장을 위해 대기 중인데, 중국 규제당국자들이 기업이 다른 곳으로 발길을 돌리도록 독려하고 있다"며 "중국 기업이 자금을 조달하기엔 홍콩은 여전히 매력적인 시장"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