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코네티컷주의 한 초등학교에서 14일 오전 20대 남성이 총기를 난사해 어린이 20명을 포함해 최소한 28명이 사망했다고 외신이 전했다.
 
범인인 애덤 란자(20)는 이날 오전 9시40분쯤 모친이 유치원 교사로 근무하는 코네티컷주 뉴타운의 샌디훅 초등학교를 찾아가 유치원생들과 교직원 등에 마구잡이로 총격을 가했다. 란자는 5~10세 어린이 20명과 교직원 등 26명을 살해하고 자신에게 총을 쏴 자살했다. 
 
란자는 총기난사 직전 집에서 모친을 살해하고 집을 나선 것으로 추정돼 현재까지 사건 관련 사망자는 범인을 포함해 28명이다. 부상자 중에는 중상자가 많아 사망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란자는 당초 집에서 부친을 살해하고 학교에서 모친과 아이들을 살해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는 잘못 전해진 것으로 드러났다.

코네티컷은 미국에서 가장 잘 살고 안전한 곳으로 평가받던 곳 중 한 곳으로 사건은 미국인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 집에서 모친 살해하고 학교로 가  아이들에게 무차별 난사
 
사건이 일어난 학교는 유치원생부터 초등학교 4학년까지 5~10세 어린이들이 다니는 곳이다. 란자는 이 학교에서 두 학급 어린이들에게 총을 난사했다. 총에 맞은 이들 중 한 명이 부상을 입었을 뿐 모두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경찰은 "놀랍도록 정확하게 총을 쐈다"고 말했다.  범인이 아이들을 좁은 공간에 가둔 채 한 명씩 골라가며 총을 쐈다는 추측도 가능하다고 경찰은 밝혔다.

현지 경찰은 당초 사건의 범인이 형인 라이언 란자(24)라고 발표했으나 잘못 파악한 것으로 드러났다. 라이언은 현재 경찰의 조사를 받고 있으며 범행을 공모했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약식 브리핑을 통해 "지금까지 학생과 교직원 등 27명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고만 발표했다. 그러나 뉴저지에 사는 범인의 여자친구와 다른 친구 한 명이 실종된 것으로 전해져 다른 희생자가 있을 수도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란자가 모친을 먼저 살해한 점으로 미뤄 이번 참사가 가족 간의 갈등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하고 자세한 범행 동기를 조사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애덤 란자가 뉴튼 고등학교를 다녔고, 동창생들은 그를 똑똑하고 내성적이지만 신경질적인 인물로 기억한다고 전했다. 남의 시선을 끌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초등학교 '아비규환'…경찰, 총기 3정 회수
 
경찰은 현장에서 권총 2정과 소총 한 정 등 총기 3정을 수거했다. 글락(Glock)과 시그 사우어(Sig Sauer)등 권총 2정은 학교 내에서, 소총 한 정은 학교 뒷마당의 차량에서 발견됐다. 경찰 관계자는 범인이 사용한 총기의 하나가 223구경 소총이라고 밝혔다.
 
ABC와 CBS 등 현지 방송은 목격자들을 인터뷰해 현지 상황을 전하며 학교 주변에 많은 구급차가 비상 대기하는 장면을 방영했다. 한 여학생은 NBC 방송에 "체육관에 있다가 7발의 총성을 들었다"고 말했다. 다른 여학생은 "경찰이 와서 빨리 바깥으로 도망치라고 해서 학교를 빠져나왔다"면서 사건 직후의 학교 분위기를 전했다.
  
경찰은 비상 경계령을 내린 가운데 학교에 대한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뉴타운의 초등학교 4곳은 모두 폐쇄됐다.
 
한편 이 사건으로 한인의 피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바마 "희생자 애도"…백악관, 조기게양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날 오후 백악관에서 이번 사건과 관련해 애도성명을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극악무도한 참사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 이런 비극적인 일이 자꾸 발생하는 것이 너무나 안타깝다. 어린이들은 물론 희생당한 사람들의 미래가 없어진 게 너무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총기 난사사건을 막기 위해 "의미있는" 행동을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백악관은 오바마 대통령의 지시로 이날부터 18일까지 조기를 게양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사건이 벌어진 직후 존 브레넌 대(對) 테러 보좌관으로부터 브리핑을 받은 데 이어 로버트 뮐러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과 전화통화를 갖고 사건을 조사하고 있는 현지 경찰을 지원하도록 했다. 대니얼 맬로이 코네티컷 주지사와도 전화통화를 갖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미국에서는 올 들어 공공장소에서 총격 사건이 잇따랐다.
 
지난 8월24일 뉴욕의 맨해튼을 대표하는 건물이자 관광 명소인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인근에서 총격 사건이 발생해 범인을 포함한 2명이 사망하고 9명이 부상했다.
 
7월에는 콜로라도주 덴버의 영화관에서 총기 난사로 12명이 사망하고 58명이 다쳤다.
 
이 사건은 2007년 4월16일 버지니아주 블랙스버그의 버지니아텍에서 한인 학생 조승희가 32명을 사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 이후 학교에서 발생한 최악의 총기 난사 사건으로 기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