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범철 한국국방연구원 북한군사연구실장

북한김정은 체제 1년을 기념하는 '축포(祝砲)'를 쏘아 올렸다. 북한은 향상된 미사일 능력을 바탕으로 빅딜을 시도할 것이고, 이에 대응하는 주변국들의 고민은 커질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자칫 동북아 군비 경쟁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김정일 사망 이후 1년이 지난 시점에서 받아든 김정은의 성적표는 초라하다. 21세기에 19세기 정치체제를 유지하고 있고, 경제마저 실패한 상황이다. 전 과목에서 낙제점을 받은 학생이 체육이라도 만점을 받아보자는 심정으로 미사일을 쏘았다는 것이 적절하다.

이런 김정은 체제를 이해하는 데 가장 적합한 조직은 조직폭력단이다. 조폭이 세력을 유지하는 데는 두 가지가 필요하다. 조직의 결속과 위협이다. 단결하지 못하면 두목이 힘을 쓸 수 없고, 다른 조직을 위협하지 못하면 세력이 축소된다. 지금 북한의 행태가 딱 이렇다. 체제 결속을 위해 외부의 위협을 과장하고, 존재감을 부각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다른 나라를 위협한다. 사실 인공위성을 가장한 장거리 미사일 역시 이러한 관행의 단편일 뿐이다.

지금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논의되고 있지만,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미사일 사거리를 보유하게 된 북한이 가진 선택지는 적지 않다. 당장 핵실험 카드를 활용하며 미국을 압박할 수 있다. 핵탄두 소형화 및 탄두 재진입 기술만 확보하면 그야말로 현실의 핵위협이기에 미국이 결국 대화를 택할 것이라는 점을 북한은 잘 알고 있다. 한국 국민을 사실상 인질로 잡아놓는 국지 도발도 단골 메뉴다.

그러나 북한의 지도부가 정말로 알아야 할 것은 '지금 변하지 않으면 망한다'는 사실이다. 소련의 붕괴는 미국의 '스타워즈' 계획이 촉발했다. 소련은 '미국의 우주 위협'을 막기 위해 막대한 돈을 쏟아부어 결국 민생에 실패하고 붕괴의 길을 걸었다. 지금 북한이 딱 그 모양새다. 유사시 미국의 증원군 지원을 막기 위해 미국 본토까지 핵무기로 공격할 수 있는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지만, 그 돈을 경제에 쏟아부었다면 주민들로부터 진심으로 '위대한 지도자' 소리를 들었을지 모른다.

하긴 김정은은 자신의 경제 정책이 너무 성공적이어도 고민이 될 것이다. 경제성장은 정치적 자유 욕구를 불러온다는 것이 인류의 발전에서 검증된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는 어쩌면 북한 주민을 적절히 가난하게 살게 하면서 영구독재를 꿈꾸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하는 행태를 보면 '그날'이 그리 멀지 않은 것 같다.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이후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국제 공조를 통해 북한의 추가 도발을 막고, 잘못된 행동에 보상은 없다는 점을 알려야 한다. 과학기술을 더욱 발전시켜 한국형 우주 개발도 서둘러야 한다. 군사적 차원에서 북한의 핵 위협이 가시화되었을 경우에 대비한 작전 계획을 발전시키고, 그에 부합하는 전력(戰力)을 갖추어 나가야 한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로 초래된 한반도를 둘러싼 전략적 상황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 과거 북한의 위협이 남북 간의 문제였다면, 이제는 일본을 넘어 미국으로 향하고 있다. 상황이 이럴진대 그들 나라는 가만히 있겠는가? 국내에서는 북한이 도발을 키울수록 미국이 더 큰 보상을 할 것이라고 쉽게 이야기하지만 미국은 바보가 아니다. 미국이 딴마음을 먹는 순간 한반도에 새로운 위기가 도래할 수 있다.

일본은 더 큰 문제다. 가뜩이나 우경화의 길을 걷고 있는 일본의 재무장을 촉진하는 결정적 계기를 제공했다. 16일 총선에서 보수 세력이 승리한다면 일본은 재무장의 길로 갈 것이다. 그러면 중국은 가만히 있겠는가? 나비의 날갯짓 한 번이 날씨를 변화시킨다는 '나비 효과(Butterfly Effect)'가 동북아 안보 문제에서 전개되는 순간을 맞고 있다.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한국이 가야 할 길은 무엇인가? 급류에 휩쓸려가지 않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요하다. 물살을 정확히 보는 판단력과 버티고 이겨낼 수 있는 체력이다. 대화만으로 북한을 변화시킬 수 있었다면 벌써 그렇게 됐을 것이다. 그간 실패한 이유는 준 돈이 적어서도 아니고 시간이 짧아서도 아니다. 북한 주민과 북한 정권을 동일시한 착시(錯視) 현상 때문이다. 또 국가의 체력은 경제력과 군사력이다. 경제는 날로 성장하고 있는데, 군사력 증강에는 얼마나 관심을 두었는지 모두 반성해야 한다. 북한의 도발로 촉발된 정세 변화가 이 시기에 일어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지금이라도 김정은 체제의 실체를 똑바로 보고 잘 대응할 수 있다면, 다음 5년은 짧지 않은 시간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