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유럽 차원의 단일 은행감독기구 창설을 위한 유럽연합(EU) 관료들의 움직임이 바빠졌다. 당초 합의 시한으로 예정했던 2013년 1월1일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월말 열린 EU 정상회담에서 각국 정상은 범유럽 차원의 은행동맹을 세우기로 했고, 9월에는 유럽 역내 은행을 감독하는 단일 감독기구 출범에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회원국 간 이견이 팽팽하다. 특히 각국이 금융주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가 주요 쟁점 중 하나다. 이번 주 유럽에서는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 회의체) 회의에 이어 유럽연합 경제 재무이사회(ECOFIN) 회의, 13~14일에는 EU 정상회담으로 논의가 내내 이어질 예정이지만, 가까운 시일 안에 속 시원한 답을 내놓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유로그룹, 단일 은행감독기구 논의에 일부 진전"
지난 10~11일 열린 유로그룹 회의에서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회원국 간 논의에 큰 진전이 있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유로그룹 회의에 참석한 회원국 장관들은 범유럽 차원의 단일 은행감독기구의 감독대상 은행 규모에 대해 거의 합의했다.
이는 각국의 이해가 엇갈렸던 핵심 쟁점 중 하나다. 프랑스 등은 17개국 6000여개 은행을 모두 감독대상으로 넣어야 한다고 주장해왔고, 독일 등 반대파는 대형은행만을 감독대상에 넣어야 한다고 맞서 왔다.
◆ 유럽중앙은행(ECB) 권한 문제에 이견 남아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에선 진전이 없었다. 유럽중앙은행(ECB)에 어느 정도의 은행 감독권한을 줄지에 쉽사리 합의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유로화를 사용하지 않는 EU 회원국의 반발이 크다. 유로존 국가로 이뤄진 ECB 운영위원회가 EU 회원국으로 이뤄진 단일 은행감독기구 이사회의 결정권을 뒤엎을 수 있다는 것이다.
WSJ에 따르면 안데르스 보리 스웨덴 재무장관은 "유럽 전역이 유로화를 사용하는 유로존 국가에 지배당할 수 있다"면서 "은행동맹에 합류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말했다. 영국도 범유럽 차원의 은행감독기구와 은행동맹이 출범할 경우, 유로화를 사용하지 않는 국가는 유럽에서 고립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에 최근 영국은 "유로존에 속하지 않은 국가에도 거부권(비토)를 행사하게 해 달라"고 요구한 바 있다. 독일의 볼프강 쇼이블레 재무장관도 최근 "ECB의 통화정책과 은행감독정책 사이에 방화벽을 설치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우려를 표명해 왔다.
◆ 이번 주 합의 도출은 어려울 듯
이처럼 각국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이번 주 단일 은행감독기구와 관련한 최종 합의안이 나오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많다. WSJ는 "13일 열리는 유럽연합 경제 재무이사회 회의가 EU 논의의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이사회의 논의는 13~14일 열리는 EU 정상회담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다만 안드레아스 마브로얀니스 키프로스 유럽차관은 WSJ에 "당장 합의가 이뤄지지는 않더라도 며칠, 혹은 몇 주 안으로는 작업을 완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전문가 사이에선 유로존의 은행동맹 논의가 수년간 지지부진 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브루노 반 포텔스버그 솔배이 브뤼셀 경제·경영대학원 학장은 NYT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합의된 유럽 단일특허권 문제도 수십년 동안 불만족스러운 논의가 지속돼 왔다"면서 이렇게 전망했다. 또 무즈타바 래먼 유라시아 그룹 애널리스트는 "유럽연합 회원국이 여전히 핵심 쟁점에 대해 다른 입장을 갖고 있다"며 "합의 시점은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NYT는 이어 "유로존이 여전히 경기침체에 빠져 있고 그리스·스페인의 부채 수준이 높아 더 큰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면서 "EU 정상들은 이번 회의에서 구체적인 절차를 논의하기보다는 큰 목표 설정에 중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