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대선을 12일 앞둔 7일 새누리당 박근혜(朴槿惠), 민주통합당 문재인(文在寅) 후보 진영에서 각각 친박(親朴)·친노(親盧) 핵심들의 '백의종군론'이 나오고 있다.
집권에 성공하더라도 친박·친노 핵심 인사들은 새 정부의 임명직에 진출하지 않겠다고 선언하자는 것이 백의종군론의 골자다. 작년 말 새누리당에서 친박, 민주당에선 친노 세력이 당의 주류로 등장한 이후 당 안팎에서 줄곧 "이들의 계파 패권주의 때문에 당내 민주화와 소통이 단절됐다"는 비판이 나왔었다. 두 당 모두 친박·친노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우려를 정면 돌파한다는 차원에서 박근혜·문재인 후보 주변 핵심 인물들의 임명직 진출 포기가 대선 막판의 카드로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후보 캠프 핵심 관계자는 "박 후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의 상당 부분은 후보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이른바 '친박 핵심'들이 원인 제공을 하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친박 핵심으로 꼽히는 최경환 의원은 지난 10월 당내에서 '친박 총퇴진론'이 나오자 후보 비서실장직에서 사퇴하고 백의종군을 선언했다. 김무성 총괄선대본부장도 "정권을 잡더라도 임명직을 맡지 않겠다"고 했다. 현재 박 캠프 내에서는 서병수 당무본부장, 유정복 직능본부장, 이학재 후보 비서실장 등도 김 본부장과 같은 수준의 선언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후보 캠프의 한 관계자는 “탕평인사를 하겠다는 박 후보의 진정성을 뒷받침한다는 측면에서도 친박 핵심들의 백의종군 선언이 필요하다”고 했다. 당 일각에선 “일부 친박인사들을 상대로 설득작업이 진행 중”이란 얘기도 나온다.
문 후보 진영에서는 친노에 대한 당내 및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의 비판 등에 밀려 선대위에 포진해 있던 이호철·전해철·양정철 등 이른바 ‘3철’을 비롯한 친노 핵심 9인과 이해찬 전 대표가 당 대표직 등에서 물러났다. 문 후보 캠프 관계자는 “새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에 부응하는 방안으로 인적 쇄신이 거론되고 있다”고 했다.
문 후보 진영에서는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가 문 후보 지원에 뜸을 들이면서 ‘친노의 추가 후퇴’가 논의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안철수 효과를 극대화시키기 위해 (친노 핵심들이 임명직에 나가지 않겠다는 것을) ‘추가 카드’로 쓸 수 있다”고 했다.
1997년 권노갑·한화갑·김옥두 등 김대중 전 대통령의 측근들은 DJP연합이 성사된 후 “DJ집권 기간 동안 대통령이 임명하는 공직에 나가지 않겠다”고 선언했었다.
하지만 이 같은 흐름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그 핵심은 “선거용으로 정권 중심 세력이 모조리 뒤로 빠져 버릴 경우 정작 정권이 출범한 뒤에 누가 일을 할 것이냐”는 것이다. 박 후보 측의 한 관계자는 “지금 거론되는 인사들이 백의종군을 선언한다고 해서 어느 정도 득표에 도움이 될지 의문”이라며 “박 후보의 ‘인사 스타일’과도 맞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문 후보 캠프에서도 “친노의 추가 백의종군은 일단 ‘안철수 효과’를 최대한 지켜보면서 결정할 문제”라는 신중론이 나왔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두 후보 진영 가운데 어느 한쪽이 이 카드를 먼저 쓰고 나올 경우, 논의가 급물살을 탈 가능성은 배제하기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