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한 지방 의료원은 올 3월 지방의회 의원의 병원 진료비 가운데 본인부담금 44만6000원 전액을 탕감해줬다. 이 의료원은 지역 세무서장·군부대장 진료비도 탕감해줬고, 지역 시민단체 관계자의 부모, 시장·경찰서장·지방의원 배우자에게도 본인 부담금 중 40~80%를 깎아줬다. 국민권익위원회가 50개 국·공립병원의 진료비 감면 실태를 조사해봤더니 대다수가 '원장이 합당한 사유가 있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진료비를 감면할 수 있다는 별도 규정을 만들어놓고 선심을 써온 것이 확인됐다.

50개 병원 가운데 14개 병원은 임직원 본인과 직계 가족만 아니라 병원 직원의 형제·자매에게도 본인부담금의 20~100% 감면 특혜를 줬다. 9개 국립대병원은 대학본부 직원과 그 가족에까지 혜택을 줬다. 심지어 경남과 충남의 두 병원은 직원이 추천하는 지인(知人)에게 입원비나 종합검진비를 깎아줬다. 서울의 한 병원은 감독관청 기관장과 직원, 유관기관 직원,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의원 본인과 가족들 부담금도 최고 30%까지 감면해줬다.

작년 경우 50개 국·공립병원 가운데 78%인 39개 병원이 적자였다. 경남 지역 한 병원은 작년도 진료비 감면액이 전체 적자(6382억원)의 31.5%인 2014억원이나 됐다. 국·공립 병원들이 멋대로 감면해주다 늘어나는 적자는 결국 세금으로 메워줘야 한다. 병원 임직원들이 국민 세금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실컷 선심을 베푼 셈이다. 감독 관청이나 지역 세무서·경찰서·시민단체들에까지 진료비 감면 특혜를 주는 것은 규정에 어긋나는 일이 불거지더라도 봐달라는 뜻으로 주는 뇌물이다.

국립대 병원들은 감사원이 2010년 방만한 진료비 감면 제도를 시정하라고 지적했으나 여태 그대로다. 국립대병원들은 노조와 단체협약 때문에 고치지 못했다고 변명하고 있다. 노조 완력에 밀려서건 병원과 노조가 담합해서건, 직원이 추천하거나 병원장이 인정한다는 이유로 아무에게나 진료비를 깎아준다는 건 일종의 세금 도적질이나 마찬가지다. 이런 불합리도 바로잡지 못하는 감사원 감사라면 뭣 하러 감사를 하는가.

[사설] '朴정부'와 '文정부' 어떻게 다른가를 다투라
[사설] 대학 휴학생 100만명의 의미를 아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