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했던 시절에 받았던 수많은 사소한 모욕은 평생 못 잊을 겁니다. 가난은 하루하루의 삶을 힘들게 하죠. 정치 지도자들은 무엇보다 빈곤 문제에 일차적 관심을 두고 해결해야 합니다. 만악(萬惡)의 근원이니까요. 빈자(貧者)에 대한 연민과 공감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입니다. "

세계적 베스트셀러 '해리포터'의 작가 조앤 롤링(Rowling·47)이 조선일보와 단독 인터뷰를 가졌다. 이달 1일 번역·출간된 신작 '캐주얼 베이컨시'(전 2권·문학수첩)를 계기로 한 이메일 인터뷰다. '캐주얼…'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한 영국 지방 의원의 임시 공석(Casual Vacancy)을 두고 벌어지는 암투를 그린 장편소설로, 해리포터 이후 첫 작품이자 롤링의 첫 성인소설. 계급 갈등과 세대 갈등 등 한국의 대선(大選)이슈와 맞물리는 내용도 많다.

―처음에는 가제가 '책임 있는(Responsible)'이었다고 들었다.

"맞는다. 우리가 인생에서 얼마나 책임을 지며 살고 있는가가 소설의 주제였기 때문이다. 행복, 건강, 재산은 물론, 다른 사람에 대한 책임까지. 그런데 원고를 쓰다가 '캐주얼 베이컨시'라는 단어를 보며 생각을 바꿨다. 사실 죽음은 그 자체로 커다란 공석이다. 예고도 없이 찾아와 빈자리를 만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소설의 등장인물들은 실제의 우리들처럼 모두 부족한 부분(casual vacancy)을 갖고 있다. 이들은 음식이나 술, 마약, 환상, 반항을 통해 '결핍'을 채우려 한다."

―'캐주얼 베이컨시'처럼, 한국은 이달 19일 대통령 선거를 통해 새 지도자를 뽑는다.

"지도자라면 무엇보다 빈부 간의 격차를 고민해야 한다. 심각한 빈곤을 먼저 이해하고 해결해야 한다. 이 문제를 풀지 못하면 사회가 발전할 수 없다. 가난이야말로 범죄를 일으키고 정신을 황폐하게 만들며 약물과 도박 등 모든 종류 중독의 원인이다. 나는 한때 매우 가난했고, 자해를 하거나 마약 중독에 강간을 일삼는 등 내 소설 주인공처럼 불우한 사람들을 알고 지냈다. 지금은 너무나 많은 재산을 얻었지만, 그때의 기억은 선연하다."

조앤 롤링은“최근 한국 팬 두 명을 만났는데 모두 매력적인 친구였다”면서“해리포터를 읽으며 꿈꾸고 성장한 이가 한국에도 많다는 소식을 듣는 것은 정말 설레고 영광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해리포터를 처음 쓸 당시 당신은 양육수당과 실업수당으로 버티던 가난한 작가였다. 지금은 10억달러(1조1000억원) 재산을 가진 거부인데, 힘들었던 시절의 초심을 간직할 수 있을까.

"'해리포터'는 딸과 내가 안심하고 살 수 있도록 해줬다. 하지만 나는 경제적으로 어려웠을 때와 마찬가지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한다. 사회가 더 행복하고 공정한 장소가 되어야 한다는 믿음은 그대로다. 가난했던 시절 받았던 모욕은 평생 못 잊을 것이다. 가난 때문에 하루하루가 얼마나 힘들었는지도 역시 잊지 못한다. 우리 사회가 더 나아지려면 타인에 대한, 특히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연민과 공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청소년 소설과 성인 소설을 쓸 때, 각각의 작업은 당신에게 어떤 즐거움을 주는가.

"'해리포터'와 '캐주얼 베이컨시'는 완전히 다른 장르인데도 이상하게 쓸 때는 같은 종류의 즐거움을 얻었다. 물론 해리포터를 쓰던 시절은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기 때문에, 해리의 세계는 현실로부터 은신할 수 있는 판타지였다. 그러고 보니 그때보다 훨씬 행복하고 안정적인 생활을 하고 있는 지금, 아주 어두운 소설을 쓴 셈이 됐다. 만약 옛날처럼 현실이 힘들었다면, 아마 이 소설은 쓰지 못했을 것이다. 행복을 주는 책을 다시 쓰지 않겠다는 건 아니다. 지금 나는 어린 친구들에게 즐거움을 줄 소설을 다시 쓰기 시작했다!"

☞캐주얼 베이컨시(Casual Vacancy)

영국의 시골마을 패그포드의 자치의원 페어브라더가 골프장 앞에서 갑자기 쓰러져 세상을 떠난다. 40대 초반의 나이였다. 마을 사람들은 겉으로는 점잖게 조의를 표하지만, 속마음은 욕망과 이기심으로 불타오른다. 공석이 된 새 자치의원 자리 때문이다. 부자와 빈자, 10대와 기성세대, 선생과 학생이 치열한 싸움을 벌인다. 자신들은 각자 '정당한 이유'를 내세우지만, 그들의 인간적인 공감과 유대는 허약하게 무너진다. 여러 시선으로 읽을 수 있지만, 특히 기성세대의 부조리를 바라보는 청소년의 관점으로 읽으면 섬뜩하다. '해리포터'와 같은 세대 주인공이지만, 낭만적·낙천적인 '해리포터'의 세계와는 천양지차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