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은 어린이집 원장이 했는데, 왜 우리 아이가 고생을 해야 하죠."
직장인 박모(36)씨의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은 최근 보조금을 부정 수급한 사실이 적발돼 시청으로부터 1개월 운영정지 처분을 받았다. 원장의 잘못으로 어린이집이 정지를 당했지만, 엄마와 아이가 때아닌 '고초'를 겪었다. 직장에 나가야 하는 박씨는 아이를 맡길 곳을 찾아 인근 다른 어린이집을 알아봐야 했고, 결국 어린이집을 구하지 못해 시댁 어른에게 아이를 부탁했다.
보조금 부정 수급, 급식비 횡령 등으로 어린이집이 운영정지 처분을 받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9월에는 인천지역 어린이집 116곳이 급식비를 부풀려 차액을 가로챈 혐의가 드러나 경찰의 수사를 받기도 했다. 비위가 드러나면 해당 시·군·구청은 운영정지 처분을 내릴 수 있다.
문제는 어린이집이 운영정지 처분을 받게 되면 원생들이 갈 곳이 없게 된다는 것. 정지 처분을 받은 어린이집은 아이들의 전원(轉園) 계획을 세워야 하지만, 인근 어린이집들도 아이를 맡을 여력이 없어 보육 공백을 제대로 메울 수 없다. 때문에 지자체에는 아이 맡길 곳을 잃은 부모들의 항의가 쇄도한다. 이모(36)씨는 "어린이집을 과태료로 처벌할 수 있음에도 아이들에게 피해가 가는 운영정지 처분을 내리는 것은 행정편의적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지자체도 고민이긴 마찬가지다. 부모들의 불편을 모른 척할 수는 없지만, '솜방망이' 처벌로 보조금 부정 수급 행태를 근절시킬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부모들이 불편을 겪는다는 점을 악용해 운영정지 처분을 받은 원장이 '아이들이 맡겨질 곳이 없다'며 항의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법원도 "보육시설에 지원되는 보조금의 낭비를 막기 위해선 부정한 방법으로 보조금을 받거나 유용한 어린이집 측을 엄벌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어린이집이 전원 조치를 하기 좋은 시점 등에 행정처분을 내려 부모들의 불편을 최소화할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