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흥분 상태로 살고 있지. 쉬는 동안 근질근질해서 혼났어."

'코끼리' 김응용(71) 한화 신임 감독은 26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만난 자리에서 "손발 묶인 채 가만히 앉아 책임을 져야 하는 사장보다는 선수들 마음대로 넣다 뺐다 하고, 순간순간 결정을 내리며 승부의 외줄타기를 하는 감독이 훨씬 매력적"이라고 현장 복귀 소감을 밝혔다. 하지만 그의 앞에 기다리는 것은 험난한 가시밭길이다.

"현진이는 가고…, 찬호도?"

김 감독은 팀을 떠맡자마자 팀의 대들보인 류현진을 떠나보내야 했다. 그는 류현진 문제에 대해 "밤늦게까지 고민을 많이 했지만 어차피 붙잡지 못할 바에야 빨리 잊어버리고 류현진이 없는 팀을 준비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며 "나는 포기를 잘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김응용 신임 한화 감독이 26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8년 만에 감독으로 돌아온 소감을 밝히고 있다. 김 감독은“승부의 외줄타기를 하는 감독이 내 천직인 것 같다”면서도“지금 한화가 할 수 있는 것은 다른 팀보다 더 많이 훈련하는 것뿐”이라는 말로 팀 전력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김 감독은 박찬호의 거취에 대해선 "노 코멘트"라고 했다. 그는 오히려 "왜 이렇게 결정을 못 내리나?"고 반문하면서 "어떤 선수든 은퇴 시기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김 감독은 대표적인 은퇴 성공사례로 미련이 있을 때 은퇴 결정을 내린 선동열(KIA 감독)과 이상훈(고양원더스 코치)을 꼽았고, 특히 이상훈에 대해 "계약 기간이 남아 있었는데도 스스로 몸값을 못 한다고 생각해 그만둔 것이 정말 멋있어 보였다"고 말했다.

"완전히 딴 세상에 온 것 같다"

한화는 올 FA 선수를 한 명도 잡지 못했다. 10월 취임 때 "FA 두 명을 잡으면 해볼 만하다"고 했던 김 감독의 구상이 처음부터 빗나가 버린 것이다.

한화의 기존 전력도 밖에서 보던 것과는 달랐다고 했다. 김 감독은 "잘 키워볼 만한 유망주라도 좀 있을 것으로 기대했는데 아무리 눈을 씻고 봐도 140㎞ 이상 던지는 투수가 한 명도 없다"고 말했다.

충남 서산야구장에서 훈련 중인 한화 선수단의 하루 일과는 오전 6시 식사로 시작해 오후 9시 반이 되어서야 끝난다. 김 감독은 "나는 원래 훈련을 잘 안 시키는 스타일인데 코치들이 며칠 지켜보더니 '연습을 많이 시켜야겠다'고 하더라"고 했다. 그는 "다른 팀은 고참이 앞장서서 마무리 훈련에 참가하는데 한화 주전들은 이 핑계 저 핑계 대고 다 빠졌다"며 "지금은 조용히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김 감독이 현장과 프런트의 소통 부족을 더 큰 문제로 지적했다. 그는 "1군 주력 투수를 2·3군 유망주가 뛰어야 할 교육리그에 보내 아프게 만들고, 스카우트가 현장 얘기를 듣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신인을 뽑는 것은 다른 구단에선 생각도 할 수 없는 일"이라며 "전혀 딴 세상에 있는 것 같아 정말 깜짝 놀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화는 김 감독의 건의를 받아들여 내년 신인 지명부터는 현장과 스카우트가 사전 협의를 하기로 했다.

"건강? 내 (정신) 나이는 40대야"

김 감독은 삼성 사장에서 물러난 뒤 몸무게가 쭉 빠진 채로 야구인들 앞에 나타났다. 일부에선 투병 중이라는 얘기까지 들렸다. 그는 "매일 즐기던 술과 고기를 의사 권유로 6개월 정도 멀리했더니 한때 20㎏ 정도 빠진 적이 있었다"며 "지금은 전혀 문제가 없다"고 했다. 그는 "내 나이는 지금 40대, 50대야. 나이 얘기 자꾸 하면 인터뷰 안 하기로 했어"라며 체력이 후배 감독 못지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감독을 그만둔 지 8년, 야구를 떠난 지 2년여 공백이 있었던 그가 '현장 감각을 잃지 않았을까'하는 생각도 기우였다. 김 감독은 최근 대전구장 홈플레이트부터 외야 펜스까지 거리를 기존 '114m(중앙)-98m(좌·우)'에서 '121m-99m'로 늘렸다. 김 감독은 "한화 경기를 봤는데 좀 넓은 구장에서 타구가 높이 뜨면 선수들이 어디로 떨어질지 몰라 허둥댔다"며 "작은 운동장을 사용하는 팀은 우승 못한다는 얘기도 있다"고 했다.

김 감독이 복귀하면서 김성근(70) 고양원더스 감독, 김인식(65) KBO(한국야구위원회) 기술위원장의 복귀도 관심사가 됐다. 김 감독은 "그 친구들이 돌아오면 더 재미있을 것"이라며 "국회의원도 요즘은 60세가 넘으면 공천을 받지 못할 만큼 경험을 무시하는 사회 풍토가 아쉽다"고 했다.

내년부터 선동열·류중일 등 제자와 맞붙는 소감에 대해서 묻자 김 감독은 정색하더니 "똑같이 구단과 계약해 승부를 다투는 프로의 세계에 스승과 제자 관계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할 말은 많지만…."

김 감독은 "하루하루가 정말 짧다"며 "한 1년 후에 시즌을 시작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지금은 해태·삼성 때와는 전혀 다른 환경"이라는 김 감독은 "2년 동안 팀이 바뀔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게 일차적인 역할"이라면서도 "프로야구 감독이라면 당연히 우승을 노려야 하고, 우승 아니면 다른 순위는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인터뷰 도중 입 밖으로 튀어나오려는 말을 애써 꾹꾹 억누르는 기색이었다. 팀을 맡은 지 두 달이 채 되지 않은 그는 "그동안 겪은 일을 얘기하라면 책 한 권을 쓸 정도이지만 감독이 변명한다고 할까 봐 참고 있다"며 "나를 믿고 따라와 준 코치들이 열심히 해줘서 고맙고 또 미안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