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전 무소속 대선 후보는 후보직 사퇴 다음 날인 24일 지방으로 내려갔다. 안 전 후보 측 사람들도 문재인 후보 측과 선거운동을 결합하는 데 대해 "아직 구체적 지침이 없다"며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양측의 '화학적 융합'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특히 안 전 후보가 사퇴 회견 직전 문 후보에 대한 실망감도 표출했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安, 文에게 인간적인 실망?
안 전 후보가 '후보직 사퇴'를 본격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1일 밤에 문 후보와 진행한 단일화 TV 토론이 계기가 됐다고 안 전 후보 측 관계자들이 말했다. 당시 참모들이 TV 토론에서 활용할 수 있는 친노(親盧) 공격 자료를 안 전 후보에게 전달했으나 안 전 후보는 그것을 보지 않았다고 했다. 대신 그는 '기자 인터뷰' 같다는 평을 들은 평이한 정책 질문을 던졌다. 나중에 참모진이 이유를 물으니 안 전 후보는 "함께 가야 하는데 문 후보의 생각을 국민께 보여 드리고 싶었다"고 답했다고 한다. 그러나 문 후보는 반대로 안 전 후보의 대북 정책을 "이명박 정부와 다를 것이 없다"고 공격했다. 새 정치 공동 선언의 의원 수 조정 문제를 두고는 다른 해석을 내놨다.
안 전 후보 측 관계자는 "당시 문 후보가 의원 정수(定數) 문제를 놓고 다른 얘기를 했는데 안 전 후보가 이 대목에서 가장 기분이 상했던 것 같다"며 "(화면에는 잡히지 않았지만) 안 전 후보가 실망감과 화를 추스르기 어려워 고개를 숙이고 떠는 모습도 보였다"고 말했다. "그간 민주당과 문 후보를 별개로 생각해왔는데, 안 전 후보가 최근에 문 후보에게도 많이 실망한 것 같다"는 얘기를 하는 사람도 있다.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도 양측의 감정싸움이 심화됐다. 특히 지난 22일 문·안 회동, 23일 양측 특사 회동은 서로 입장 차만 여실히 확인하는 결과밖에 나오지 않았다. 안 전 후보는 당시 문 후보를 만난 이후 측근들에게 "전혀 이야기가 통하지 않는다"고 토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퇴 기자회견 직전 가진 캠프 회의에서도 문 후보에 대한 섭섭한 마음을 토로했다고 한다. 조광희 비서실장은 후보 사퇴 다음 날인 지난 24일 트위터에 "안철수 후보는 어제 기자회견장으로 가기 직전에 참모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제가 대통령 후보로서도 영혼을 팔지 않았으니, 앞으로 살면서 어떤 경우에도 영혼을 팔지는 않으리라는 확신이 생겼습니다'"라고 썼다.
◇지금도 강·온으로 나뉘어
이렇듯 감정의 앙금이 가라앉지 않은 상황이라 당장 안 전 후보가 적극적인 선거운동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안 전 후보가 사퇴 기자회견 직후 지방행을 택한 것도 문 후보 측과 소통하길 피하기 위해서란 해석이 있다.
안 캠프 사람들도 문 후보에 대한 지지를 두고 '적극파'와 '소극파'로 나뉘는 모습이다. 24일 본부장단들 주재로 열린 캠프 회의에서는 민주당 출신인 송호창 공동선대본부장이 "지금부터는 더 열심히 뛰어야 할 때다. 야권 단일 후보의 당선을 위해 노력하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새누리당 출신인 김성식 선대본부장 등은 캠프 사람들을 격려하고 다독이는 수준의 발언만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본부장은 25일에도 통화에서 "할 말이 없다"고만 했다. 박선숙 공동선대본부장은 연락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안 전 후보가 어떤 식으로든 문 후보를 도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후보직 사퇴 기자회견에서도 '정권 교체'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문 후보가 '야권 단일 후보'라며 "성원해달라"고 했기 때문이다. 사퇴 회견 직전 캠프 사람들에게도 "돕겠다"는 얘기를 했다고 한다.
안 전 후보 측 관계자는 "사퇴 회견문에 안 전 후보의 뜻이 모두 담겨 있다"며 "돕겠다는 마음은 분명하지만 그 방법은 '안철수식'으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핵심 관계자는 "안 전 후보가 백의종군하겠다고 한 만큼 공동선대위에서 직책을 맡거나 하는 일은 없을 것 같다"며"감정을 추스를 시간을 가진 후에 어떻게 지원할지를 밝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지방에서 쉬고 있는 안 전 후보는 27일 열리는 캠프 해단식에는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안 전 후보가 이날 문재인 후보 선거 지원 문제를 언급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