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께 죄송합니다, 행복한 가족으로 살고 싶었는데…."

한국에 시집와 귀화, 부산 북구의 한 아파트에 사는 베트남 이주 여성 김모(27)씨. 23일 '세 모자의 마지막 편지'라는 제목의 유서를 거실 TV 받침대에 올려놓고, 오전 11시 20분쯤 딸(7), 아들(3)을 안고 18층 베란다에서 뛰어내렸다. "쿵" 소리를 듣고 이들을 발견한 주민이 경찰에 신고를 했지만 모두 숨진 상태였다.

경찰에 따르면 휴가 중인 남편 최모(47)씨가 부산 남구의 본가에서 지내다 이날 오전 북구 자택으로 들어온 뒤 얼마 되지 않아 사건이 발생했다. 집에 돌아온 남편을 본 아내 김씨는 딸과 아들을 데리고 작은방으로 들어가 문을 잠갔다. 남편은 뒤늦게 문을 열었지만 김씨가 베란다로 가서 두 자식을 안고 뛰어내리는 것을 막지는 못했다.

8년 전 베트남에서 건너와 결혼한 김씨는 1남1녀를 두고, 지난해에는 한국 국적과 이름을 취득했다. 하지만 가정불화로 지난 1월부터 이혼소송 중이었다.

숨진 김씨는 A4 용지 2장에 베트남어로 쓴 유서에서 "시집 식구들이 애들을 못 보게 한다. 애들이 없으면 살 의미가 없다"면서 "함께 죽어야 영원히 (아이들과 함께) 살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남편이 바람을 피웠다고 의심해 때리고, 돈 때문에 (자기와) 산다고 했다"면서 "행복한 가족으로 살고 싶었지만 오해가 심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베트남에 있던 김씨의 친정부모가 1년가량 김씨의 아파트 주변에 살다가 지난 10월 베트남으로 돌아가 마음이 더 힘들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씨의 유서 마지막 부분에는 "세 모자를 관 하나에 눕혀서 베트남 땅에 묻어달라"면서 "그동안 결혼해 함께 살아준 것만으로 남편을 용서한다"고 쓰여 있었다.

경찰은 "유서 내용에 나온 폭행 등의 부분에 대해서도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