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년간 장애인 21명을 입양한 뒤 이들에게 나온 연금과 후원금을 빼돌리고, 장애인을 학대해 온 장모(73)씨가 검찰의 수사를 받게 됐다. 장씨와 함께 살다 숨진 장애인 두 명이 영하 10도의 병원 시신 보관실에 12년간 방치됐던 사실도 확인됐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중증 지적 장애인을 입양해 함께 거주하며 학대를 일삼고 장애인 연금과 후원금을 횡령해온 장씨에 대해 직권 조사를 마친 후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22일 밝혔다. 그는 88년도와 94년 모 공중파 방송에 출연해 장애 아동을 보살피는 '천사 아버지'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번 인권위 조사 결과 전혀 딴판이었다.
장씨는 1964년 길가에 버려진 장애 아동을 데려다 키운 것을 시작으로 1986년까지 모두 21명을 입양했다. 이 중 16명은 1989년 무렵 장씨가 9개월여 동안 구치소를 간 사이 모두 실종됐다. 출소한 장씨는 시설 등에서 장애 아동 6명을 다시 찾아와 1997년 강원도 깊은 산속으로 들어갔다.
인권위 조사에 따르면, 장애인들은 움막집에 갇혀 지내며 새벽부터 밭에서 고구마를 캐고 나무를 베는 등 온종일 일만 했다. 굳게 잠긴 철문을 열고 나가려다 장씨에게 발각되면 발바닥과 어깨를 몽둥이로 수차례 얻어맞고 며칠씩 굶었다. 장씨는 한 장애인의 양팔에 '장애인'이라는 문신과 연락처를 강제로 새겨 놓기도 했다. 이 피해 장애인은 여러 번 도망갔지만 문신으로 새겨진 연락처 때문에 번번이 잡혀와 '죽기 직전까지' 맞았다.
이번 조사 과정에서 한 장애인은 직장암 말기라는 사실도 밝혀졌다. 또 다른 장애인은 치아가 아예 없고 한쪽 청력과 시력을 잃은 상태였다. 2000년과 2002년 병으로 사망한 피해 장애인 모두 심한 영양 불량 상태였다. 한 피해 장애인은 조사 과정에서 사망한 피해 장애인에 대해 "오랫동안 아팠는데 아버지가 병원에 데려가지도 않고 돌보지도 않았다"고 진술했다.
매달 국가에서 지급된 장애인 연금과 복지 급여 180만원은 수년간 고스란히 장씨의 생활비로 쓰였다. 장씨는 또 장애인 자녀를 내세워 방송에 출연하거나 교회에 홍보하러 다니며 후원금을 모으기도 했다.
장애인 시신을 10년째 안치하고 있는 병원 관계자는 "현행법상 보호자가 인계받지 않는 시신은 장례를 치를 수 없기 때문에 법원에 조정 신청을 냈더니 '서로 상의해 결정하라'는 답이 내려왔다"며 "장씨와는 말이 통하지 않기 때문에 포기했고, 사회단체에 연락하거나 장씨에게 '사체유기죄'가 적용되는지 알아보는 등 여러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권위 담당 조사관은 "장씨는 혐의를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피해 장애인들의 진술이 일관되고 온몸에서 상처가 발견되는 등 증거가 있어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