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올레길 살인사건 피해자 유족의 입장처럼 국민참여재판이 가해자에게 이용당할 수 있다는 지적은 제도 도입 초기부터 있었다. 법률 비전문가인 배심원이 재판에서 법리적·사실적 쟁점을 놓치거나, 순간적인 동정심이나 분노 등에 좌우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미국에선 1990년대 유명한 'O.J. 심슨 사건'을 통해 배심 재판의 문제가 부각되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국민참여재판은 배심원이 내린 평결이 법관(재판부)을 구속하지 않는 '권고적 효력'만 갖고, 재판부가 평결을 참작해 최종 결론(판결)을 내리는 이중 구조를 지닌다는 점에서 그 같은 우려는 크지 않다는 것이 법조계의 일반적인 견해다. 흉악범죄 사건의 경우에도 일반 국민은 수사결과를 위주로 사건을 접하게 되지만, 형사재판(공판)에 참여하는 배심원은 검찰뿐 아니라 피고인·변호인의 의견 등을 두루 접하게 된다는 점에서 더 종합적이고 신중한 접근을 하게 되는 것 같다고 법원 관계자들은 말한다. 여론(국민 정서)에 법리적 판단을 가미한 결론이 도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법적으로 한 사건에 관해 국민 배심원이 참여하는 공판을 몇 차례 열든 제한은 없다. 그러나 배심원이 생업을 제쳐두고 공판에 참여해야 한다는 점 등 현실적 제약이 있는 게 사실이다. 때문에 배심원이 쉽게 합의를 이루면 한 번만 배심원 공판을 열어 끝내고, 복잡한 사건은 3~5회까지 열고 있다.
국민참여재판은 형사재판에 국민의 의사를 반영하자는 취지로 2008년 1월 시작됐다. 형량이 비교적 높은 형사합의부(3인 재판부) 사건을 대상으로, 피고인이 원할 때 실시한다. 법적 쟁점이 너무 복잡하면 법원이 판단해 실시하지 않을 수 있는데, 이런 사건도 20%쯤 된다.
2008~2011년 4년간 574건의 국민참여재판이 진행됐다. 살인 사건이 전체의 33.4%로 가장 많았고, 강도, 상해치사, 성범죄 등이 뒤를 이었다. 피고인 574명 가운데 431명(75.1%)이 실형을 선고받았고, 사형은 없었지만 무기징역 선고가 5명 있었다. 무죄는 48명이었다.
양형에 대한 배심원과 재판부의 결론은 92.6%의 사건에서 배심원 평결을 재판부가 그대로 따랐다. 4.7%만 배심원의 양형이 재판부보다 낮았다. 유·무죄 결론은 90% 이상 일치했다고 대법원은 말했다. 의견이 갈린 54건 가운데 50건은 배심원이 무죄로 본 것을 재판부가 유죄로 바꾼 경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