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홈플러스 금천점을 찾은 이모(31)씨는 2만원 상당의 보리차를 훔쳤다가 보안업체 직원들에 의해 밀폐된 사무실로 끌려갔다. 사무실에 들어가자마자 직원 중 한 명이 "벽 보고 앉으시죠"라고 말했다. 남자 직원 3명은 이씨를 둘러싼 채 옷과 가방을 뒤졌고, 이씨의 홈플러스 포인트카드 내역서를 대조하며 "그동안 200만원은 훔친 것 같은데? 내기 싫으면 경찰서 가죠 뭐"라고 했다. 이씨가 봐달라고 빌자 직원은 종이를 내밀었다. 이씨는 "부르는 대로 쓰라고 했다. 사무실에 있었던 2시간을 떠올리면 지금도 몸이 떨린다. 정말 잊고 싶은 기억"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합의금으로 100만원을 내고서야 사무실을 나올 수 있었다.

소액 절도범을 협박해 130여명으로부터 2억여원의 합의금을 뜯어낸 홈플러스 보안업체를 수사 중인 경찰은 홈플러스의 공동 공갈 혐의를 수사 중이라고 16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보안업체 직원들이 소액 절도범을 협박해 거액의 합의금을 뜯어내는 것을 홈플러스 측이 인지하고도 이를 모른 척했다는 정황 증거가 많다"고 말했다.

경찰이 제시하는 결정적인 정황 증거는 '허위영수증'이다. 이 허위영수증에는 피해자가 합의금으로 내겠다고 제시한 금액에 상응하는 물품 수십 개의 내역이 적혀 있다. 100만원을 합의금으로 낸 한 피해자의 허위영수증엔 6500원짜리 비눗방울 물총, 1050원짜리 지우개세트 21개, 950원짜리 연필세트 23개, 3990원짜리 충전젠더 5개 등 총 26개 물품 88만5300원이 기재돼 있다. 이 피해자가 절도하다 적발된 물품의 금액 11만4700원과 합하면 정확히 100만원이 된다. 경찰 관계자는 "홈플러스는 합의금이 결정되면 같은 방식으로 200만원, 300만원에 맞게 허위영수증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홈플러스 측은 "기존에 훔친 물품을 변상하겠다고 해서 그에 맞는 영수증을 만들어준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경찰은 "수개월 전에 볼펜 24개, 지우개 55개를 훔친 것을 뒤늦게 기억해 변상했다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느냐"고 반박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이전에 훔친 물품과 정확히 일치하는 것은 아니고 금액을 맞추기 위해 임의로 만든 영수증인 것은 맞지만 보안업체 직원이 진술을 받았다고 해서 그렇게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홈플러스 측은 사건에 연루된 보안업체 세 곳과의 계약을 해지하고, 절도범을 잡은 횟수를 평가에 반영하는 시스템도 대폭 손질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