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사' 일을 처음 시작했을 때, 어눌한 말투, 초점 없는 눈빛, 제 몸 건사도 힘겨워하는 환우들을 대하면서 선뜻 다가가기가 쉽지 않았음을 고백한다. 하지만 그게 속 좁은 편견이었음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내가 근무하는 이곳은 정신병원이다. 보행이 불편한 환우는 손을 잡아 주고, 밥 따로 반찬 따로 먹는 환우에게는 일일이 밥숟가락에 반찬을 올려주면서, 생선 가시를 발라 입에 넣어 주면 일그러진 얼굴에는 금세 미소가 흐르곤 한다. 이렇듯 조그마한 배려에도 무척 좋아하는 이들은 정신건강에 장애가 있을 뿐 하나같이 영혼들이 맑아 순진하기까지 하다. 어떤 환우들은 슬쩍 스치면서 내 손에 사탕 한두 알을 쥐어주면서 하회탈 같은 표정을 짓기도 한다. 그들로서는 그것이 최상의 고마움의 표시인 것이다.
환우 중에 26세 J씨는 잘생긴 외모와 건장한 체격임에도 어린아이의 지능을 지닌 천진난만한 청년이다. 이 환우는 중학교 교장으로 정년퇴임 후 봉사하러 오시는 '허 선생님'을 유독 잘 따른다. 내원하실 때마다 볼을 비비고 안아주며 친손자처럼 귀여워하니 아예 어눌한 말투로 "할아버지"라 부르며 어리광을 부리기도 한다. 이처럼 환우들을 위해 상록수처럼 변함없이 매주 목요일, 토요일에는 찾아오는 분들. 미용 봉사자들과 목욕 도우미들의 손을 거쳐 깔끔한 모습으로 변신하고 나면 이들은 어찌나 좋아하고 즐거워하는지 모른다. 미용실에 근무하면서 미용 봉사일을 10년째 한 주도 거르지 않는 서글서글한 56세 여장부인 '미스 황'은 모든 환우의 누이 같은 분이다. "봉사일 하느라 결혼할 시간도 없다"는 구수한 입담에 환우들은 자지러진다.
이렇게 봉사자들은 비록 몸은 피곤하지만 소외된 이들과 함께하는 기쁨으로 표정은 언제나 평화롭다. 오히려 자신들의 전부를 더 내놓지 못해 미안해하시는 '봉사 중독자(?)'들이다. 또한 흥겨운 음악과 노래로 환우들에게 심신치료를 위한 음악봉사를 하는 묵묵한 젊은이들도 있어 내 눈이 열리고 귀가 트이게 일깨워주기도 한다. 봉사자들에게도 가장으로서 생계의 책임과 사회의 역할이 있을 테지만 기꺼이 환우들을 위해 편리보다는 불편을, 생색을 내기보다는 양보와 겸손을, 채우기보다는 비우기를 몸소 실천하는 모습에 참으로 흐뭇하고 잔잔하게 감동한다.
자고 일어나면 연이어 터지는 각박하고 흉흉한 뉴스에 차라리 눈과 귀를 막고 싶은 요즘이지만, 그래도 더 아름다운 세상을 위해 소리 없이 헌신하고 계신 그분들이 있기에 아직 우리 사회는 희망이 있다.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서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는 이분들이야말로 진정 우리 시대의 천사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