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10월 소비자 물가 지수가 가파르게 상승했다. 이에 영국 정부는 물가 단속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데, 사실 3배나 비싸진 대학 등록금의 영향이었다.

지난 13일(현지시각) 영국 통계청(ONS)은 10월 소비자 물가 지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이며, 바로 전 달인 9월 물가 상승률이 2.2%를 기록하며 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한 것과 대조된다.

영국 경제학자들은 소비자 물가가 급격히 증가한 대표 원인이 대학 등록금 인상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올해부터 최대 3배 가까이 오른 영국의 대학 등록금이 영국중앙은행(BOE)의 물가 안정정책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인상된 등록금은 9월과 10월 소비자 물가에 0.32%에서 0.5%가량 영향을 끼쳤다. 지난 8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에 대학등록금이 0.2% 기여한 것과 비교해 훨씬 높은 비율이다.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지난 2010년 12월 영국 의회가 영국 내 대학 등록금 한도를 연간 3375파운드(한화 약 580만원)에서 최대 9000파운드(한화 약 1600만원)로 인상했다. 이는 올해 대학 신입생부터 적용됐으므로, 비싼 등록금을 내는 학생이 점점 많아지는 내년과 2014년 물가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영국이 등록금을 인상한 것은 세금 지출을 줄이기 위해서였다.

이에 영국의 금융통화위원회(MPC)는 14일(현지시각) 대학등록금의 영향으로 앞으로 몇년 간 물가 상승률이 영국 중앙은행의 물가 상승률 목표치인 2%를 초과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인용한 필립 러시(Philip Rush) 노무라 이코노미스트는 "등록금의 영향으로 앞으로 3년간 물가 상승률은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등록금으로 인해 중앙은행의 물가정책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고 내다봤다.

앨런 클라크(Alan Clarke) 영국 스코시아 은행 이코노미스트도 "대학 등록금이 물가 상승에 끼친 영향이 생각보다 훨씬 컸다"며 "이로 인해 내년 물가 상승률이 3%를 넘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물가는 영국 정부의 골치거리다. 물가 상승률이 임금 인상률을 넘어서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사이먼 웰스(Simon Wells) HSBC 이코노미스트는 "물가 상승률이 일 년에 약 2%가량인 임금인상률을 넘어선다"며 "실질임금 감소로 서민의 생활수준이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많은 경제 전문가들은 영국의 중앙은행이 경제 회복을 위해 이자율을 낮추거나 채권 매입 프로그램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 하고 있다. 이들은 인플레이션보다 경기 회복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BOE는 높은 물가 상승률로 인해 추가 경기 부양책을 꺼리고 있다. BOE가 14일(현지시각) 발표한 분기별 경제 전망에서 내년 말 영국의 경제성장률은 지난 8월 전망치인 2.00%에서 1.75%로 낮아졌다.

다만 영국 정부의 통화정책은 신뢰도를 잃은 상태다. 일례로 영국의 물가 상승률은 2009년 12월부터 중앙은행의 예상 목표를 웃돌았으며, 지난해 가을에는 최고치인 5.2%를 기록하기도 했다. 마이클 선더스(Michael Saunders) 씨티그룹 이코노미스트는 "MPC는 등록금이 물가상승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검토해야 하지만 최근 그들이 보여준 실망스러운 행보로 인해 큰 기대를 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