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은 국민 생활 안정과 복지 증진을 목적으로 만들어졌으나 이 제도의 밖에 있는 국민이 여전히 존재한다. 국민연금 적용의 예외는 임금 소득이 없는 이들로서 비경제활동인구에 속하는 주부가 다수를 이룬다. 주부가 국민연금에 가입하는 방법은 임의가입자가 되는 길이다.
그런데 임의가입은 주부에게 장애가 발생할 경우 장애연금을 받을 가능성은 높여 주지만, 노령연금을 받을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낮다. 국민연금법 제56조(중복급여의 조정) 때문이다. 급여가 둘 이상 발생할 때 하나만 선택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갑자기 남편이 사망하여 유족연금을 받게 된 한 여성은 그 후 그동안 10년 넘게 낸 자신의 납부가 소용없게 되고 말았다. 이렇게 유족연금과 자신의 노령연금 발생 때 하나만 선택한다는 것을 알게 된 주부는 임의가입의 실익이 없다고 판단하고 탈퇴했다. 그런데 그동안 납부한 금액을 신청하려 했더니 20여년 뒤인 63세가 된 해에 돌려줄 수 있다고 했다. 사업장 가입자와 달리 전액을 모두 부담한 금액을, 그것도 자발적으로 가입한 돈을 왜 수십 년 후에 돌려받아야 하는지 이해하기 힘들다고 했다.
국민연금은 법을 바꾸지 않는 한 국민의 불만이나 불편을 해소하기 어렵다. 따라서 그 불만 창구는 정부만이 아니라 국회에도 만들어져야 한다. 앞으로 법 개정에 반영되길 바라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중복조정조항에 대한 예외에 임의가입자를 포함해야 한다. 이혼한 배우자에게 분할연금을 노령연금과 합산하여 지급하듯이, 임의가입 주부에게도 본인 명의의 노령연금과 남편 사망으로 인한 유족연금을 합산하여 받도록 개선해야 한다. 둘째, 현행 중복조정을 그대로 둔다면 임의가입은 다른 가입 자격과 달리 강제가 아니기에 가입자가 원하면 즉시 돌려줘야 한다. 셋째, 유족이 경황이 없어 잘못 선택하지 않도록, 유족연금은 특별히 급여 선택 기간을 늘려야 한다. 중복조정 적용 사실을 모르고 추가로 납부한 경우는 반환해 줘야 한다.
납부 주체와 가입 종류가 다른 경우라면 부부라는 법적 지위를 유지하기 때문에 하나만 받게 하는 것은 부당하다. 본인의 연금을 받으면서 남편의 유족연금도 합산하되 소득 재분배와 형평성을 위해서라면 전체 수급자를 고려해 급여 상한선을 설정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