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가 급한 불을 껐다. 오는 16일 만기가 다하는 채권 50억유로(69조원)를 갚지 못하면 부도에 빠질 수도 있었지만 13일(현지시각) 국채 발행에 성공하며 일단 한숨을 돌렸다. 그리스 정부는 이날 40억6000만유로의 국채를 발행했다. 시장 참가자들이 예상했던 30억유로보다 많은 양이다.

하지만 이것이 끝은 아니다. 이달 안에 그리스에 지급되기로 했던 구제금융 미지급금 313억유로가 없으면 그리스는 심각한 상황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시계는 가고 있지만 그리스에 대한 돈줄을 쥔 국제 채권단은 아직도 동상이몽이다. 12일 오후부터 이날 자정까지 마라톤 회의를 개최한 유로존(유로화를 사용하는 17개국) 재무장관들은 결론을 내지 못했다.

트로이카 중에서 유로존과 독립적인 국제통화기금(IMF)은 그리스의 숨통을 틔워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IMF는 "2020년까지 그리스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을 120%로 맞출 수 있도록 시간을 줘야 한다"고 해법을 제시했다. 그리스가 지속가능한 재정을 유지할 수 있도록 그리스에 대한 대출 금리를 실제 거래비용보다 낮게 책정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그러나 독일을 비롯한 일부 유로존 국가들은 난색을 표했다. 그리스가 긴축을 이행하는 기한이 길어질수록 유로존이 짊어져야 할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IMF)가 너무 앞서나간 것 아니냐"며 "그리스 대출에 대한 손실을 삭감(헤어컷)하는 것은 유럽연합(EU) 조약상 불법일 뿐 아니라 독일과 다른 유로존 국가들에 손실을 떠넘기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일부 유로존 재무장관들은 "대출 금리와 관련해 창조적인 대안이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독일 일간지 빌트는 익명의 관료를 인용해 "2차 구제금융 중에서 남은 지원금인 440억유로를 한꺼번에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440억유로는 현재 유로존에서 논의되고 있는 미지급금 313억유로 외에 당초 9월말(50억유로)과 12월말(72억유로)로 예정됐던 지원금을 포함한 것이다.

회의 중에는 그리스 긴축 이행 기간을 2016년까지 2년 연장하는지를 두고 잡음이 빚어졌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와 장 클로드 융커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 회의체) 의장은 공식석상에서 긴축 기한 연장에 대해 다른 소리를 내면서 갈등을 키웠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IMF와 유로그룹의 교착 상태가 그리스 재정에 대한 우려를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며 "유럽 재정위기가 본격화한 이후 수년간 이번 같은 갈등은 이례적인 것"이라고 평가했다.

벼랑 끝에 몰린 그리스는 속이 탄다. 야니스 스투르나라스 장관은 이날 "국제 채권단이 요청한 것은 다 이행했다. 우리는 한계 상황에 와 있다"고 말했다. 유로존 재무장관들은 오는 20일 특별회의를 열어 그리스 구제금융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유로존 관료는 "다음 주까지 협상이 완료될 것"이라고 자신했지만 이견이 계속될 경우 합의 여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