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는 이번 주 중 경제 민주화 공약을 발표할 예정이다. 새누리당 고위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몇 개만 빼고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의 안(案)을 상당히 받아들일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당내 쇄신파를 중심으로 "재벌 규제 같은 알맹이가 다 빠지는 것 아니냐"는 회의적 시각도 적지 않다.
◇"朴, 세 가지 빼고 다 수용할 것"
박 후보는 지난 8월 출마 선언문 등을 통해 '경제 민주화'를 정책의 최우선 순위로 삼았고 그 지휘봉을 김 위원장에게 맡겼다. 지난달 말 김 위원장은 박 후보에게 최종안을 보고했으나 그 내용은 보름 가까이 지나도록 발표되지 못하고 있다.
두 사람이 이견을 보인 부분은 세 가지로 알려져 있다. 박 후보는 지난 11일 김 위원장을 만나 기존 순환출자에 대한 의결권 제한, 중요 경제 범죄자의 국민참여재판 회부, 대규모기업집단법 제정 등에 대해 '수용 불가'라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놓고 야권은 "무늬만 경제 민주화"라는 공세를 퍼붓고 있다.
서병수 사무총장은 "그 세 가지만 빼고 나머지는 박 후보가 대폭 수용하기로 했다"고 했다. '김종인 안(案)'에는 총 5개 분야에 걸쳐 40여개의 정책이 담겨 있다. 진영 정책위의장은 "11일 회동 분위기는 상당히 딱딱했으나 박 후보는 나머지는 포괄적으로 수용할 것 같다"고 했다.
박 후보는 11일 만남에서 김 위원장이 언론 인터뷰에서 '박 후보가 대기업 로비를 받은 것 아닌가' 하는 취지로 얘기한 것에 대해 "나는 의정 생활을 하는 동안 로비를 받은 적이 없다. 어떻게 그런 얘기를 하셨나"라고 불만을 표시했다고 한다.
◇경제 민주화 공약, 뭐가 남나
김 위원장의 '1번 공약'은 박 후보가 반대한 '대규모기업집단법'이었다. 기존 공정거래법에서 재벌 관련 조항을 뽑아내고 총수 일가의 사익(私益) 편취행위를 금지하는 내용 등을 추가해 재벌을 일반 규제 대상으로 한 법을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말하자면 '종합 재벌규제법'이다.
박 후보 측은 이 법을 만들 경우 법체계상 문제가 생기고 부작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박 후보 측은 이 법에 들어 있는 세부 규제 중 이사회의 경영 감시기능 강화, 부당 내부 거래 및 총수 일가의 사업 기회 독점 등에 대한 규제 등을 개별 법률에 분산시켜 살아남도록 한다는 것이다. 다만, 주요 경영진의 연봉을 공시(公示)하는 것에 대해선 박 후보가 부정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기업 총수에 대한 사면권 제한 등 형사처벌 강화를 비롯해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 한도를 9%에서 4%로 낮추는 금산(金産)분리 강화 △공정위 전속 고발권 폐지 등 공정거래 관련 제도와 법령 정비 △보험설계사 등 특수고용직 보호 △납품 단가 조정협의 의무제 등 중소기업·영세사업자 보호 등도 공약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이를 두고 박 후보 측은 "김 위원장이 만든 전체적인 틀은 유지되는 셈"이라고 했다. 반면 쇄신파 의원들은 "대규모기업집단법에 몰려 있던 재벌 규제책이 어떻게 살아남는지가 관건"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 측은 "1번 공약이 무너졌는데…"라며 불만을 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