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 style="text-align:center"><span style="padding: 0 5px 0 0;"><a href=http://www.yes24.com/24/goods/7997175?CategoryNumber=001001017001007001&pid=106710 target='_blank'><img src=http://image.chosun.com/books/200811/buy_0528.gif width=60 height=20 border=0></a></span><a href=http://www.yes24.com/home/openinside/viewer0.asp?code=7997175 target='_blank'><img src=http://image.chosun.com/books/200811/pre_0528.gif width=60 height=20 border=0></a><

'하비로'(2004) 이후 소설가 이인화(46)가 문단에서 사라진 게 8년 전이다. 이화여대에서 국문과 교수로 있다가 디지털미디어 학부를 창설하며 게임 쪽으로 옮아간 것도 대략 그 즈음이었다. 13일 오후 광화문의 한 한식당에서 이인화 신작 장편 '지옥설계도'(해냄)의 기자 간담회가 열렸다. 8년 만의 소설 복귀와 그 내용도 화제였지만, 그가 서두에 '스토리 헬퍼(Story Helper)'를 이용해 이 소설을 썼다는 이야기를 꺼내면서 대화 주제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내년 3월 무료 공개할 예정이라는 '스토리 헬퍼'는 스토리 창작을 지원하는 컴퓨터 프로그램. 이화여대 디지털미디어학부가 2003년부터 시작한 연구로, 이미 국내 특허 출원을 마치고 미국 출원을 진행 중이라고 했다. 물론 직접 창작품을 만들어내는 프로그램은 아니다. 하지만 장편 영화와 애니메이션 2300편에서 모티브 3만4000개를 뽑아내 DB로 저장했고, 이를 크게 대표 모티브 205개로 압축했다. 마치 강의에 가까웠던 그의 '스토리 헬퍼' 설명을 요약하면 이렇다. 가령 '오쟁이 진 남편', 즉 '바람피운 아내를 둔 남편'이라는 모티브를 선택하면 시뮬레이션을 통해 영화 '해피엔드' 등 가능한 수십 수백 이야기를 축적한 DB에서 보여준다는 것이다. 그러면 새 플롯을 짜는 작가는 자기 이야기가 기존 이야기와 어느 정도 일치하는지를 수치로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영화 '아바타'는 '늑대와 춤을'과 87% 싱크로율을 보이고, 한국 영화 '최종병기 활'과 할리우드 영화 '아포칼립토'는 싱크로율 79%를 보였다는 것이다. 작가는 이제 친숙함과 익숙함 사이, 진부함과 신선함의 경계에서 DB를 활용해 독자의 기대를 뛰어넘는 이야기를 개발하고 세공한다.

익숙한 모티브로 개성적인 캐릭터와 독창적 디테일을 만드는 것. 그리고 인생에 대한 통찰을 이야기하기. 이것이 디지털 시대 작가의 몫이다.

싱크로율이라는 생소한 용어와 수치 속에서 당연히 드는 의문. 그렇다면 디지털 환경에서 예술과 창작의 정의는 무엇일까. 자기 작품의 전지전능한 주재자였던 전통적 작가의 상(像)은 이제 그 시효를 다한 것일까.

그는 스토리텔링의 시대가 달라지고 있다고 했다. 매체 전환의 시대, 그는 "제임스 조이스보다는 D.H. 로렌스가 시대정신"이라고 요약했다. 가장(家長) 혼자 벌어서 자식 공부시키던 사회적 안정기에는 심오한 내면의 공포에 주목했던 제임스 조이스(1882~1941·'젊은 예술가의 초상')의 세상이었지만, 모든 것이 변화하고 불안정한 지금은 풍부한 리얼리즘을 바탕으로 바깥으로 뻗어나간 D.H. 로렌스(1885~1930·'채털리 부인의 사랑')의 시대라는 것. 로렌스의 시대, 그렇다면 무엇이 그를 작가로 만드는가. 그는 "개성적인 캐릭터와 독창적 디테일의 창조, 그리고 인생에 대한 통찰"이라고 답변했다. 낭만주의적 작가의 신화는 끝났다는, 이인화식 종말 선언인 셈이다.

익히 알려졌다시피 그는 롤 플레잉 게임 '리니지'의 광팬으로, 한때 42시간 연속으로 이 게임을 하다가 병원에 실려간 적이 있는 '게임 폐인'이다. 당시 오른손 검지로 2초 12회의 마우스 클릭을 반복하는 신공(神功)을 선보이다 오른쪽 팔꿈치 인대가 끊어지는 부상을 입기도 했다. 요즘은 "하루에 3시간으로 참는다"지만, 그의 세대에서는 지극히 예외적일 열정이 이 독특한 디지털 문학의 씨앗이 되었을 것이다.

책의 미래에 대한 암울한 전망이 지배적인 세상이지만, 디지털 세상의 미덕을 예찬하는 이 작가에게는 이 또한 예외적 기회다. 그는 "책의 위기는 PC 시절로 끝났다"고 단언했다. 아마존 킨들로 대표되는 모바일 전자책 리더(reader) 때문이다. "정보가 둥둥 떠다니는 DB의 시대, 모든 책을 내 손안에서, 모바일로 편하게 볼 수 있는 시대는 얼마나 행복합니까. "

['지옥설계도'는 어떤 소설]

친숙한 플롯 불구 새로운 느낌… 내년 초 게임도 출시

'지옥설계도'는 대구의 한 호텔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 현장이 이야기의 시작이다. 사건의 배후에는 보통 사람보다 10배 이상의 지능을 가진 강화인간과 그들의 범국가적 조직인 공생당(共生黨)이 있다. 눈치 빠른 독자는 1, 2장을 읽으면 범인을 짐작할 수 있을 만큼 친숙한 플롯이지만, 캐릭터와 범행 동기, 그리고 현실세계의 갈등에 대한 해결방식에 이인화의 새로움이 있다.

'지옥설계도'는 실업과 자원고갈 등 우리 시대의 근본적 문제가 일개 대통령의 의지나 개혁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작품에서는 공생당으로 대표되는 강화인간의 개혁세력과 이에 헤게모니의 위협을 느끼는 미국과 중국 등 전통적 국민국가 체제의 대결 구도로 서사를 풀어간다.

총 3부 21장으로 이뤄진 구성에서 각 장의 모티브는 '스토리 헬퍼'의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그가 밝힌 기존 모티브와의 싱크로율은 각각 55% 미만. 작가는 "경험적으로 이 정도 수치일 때 독자가 친숙하면서도 새롭다고 느끼는 플롯이 가능하다"고 했다. 내년 초 미국에서 게임 출시가 예정되어 있고, 다음 달에는 스마트폰용 앱북 '지옥설계도'도 출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