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는 한글날이 공휴일에서 제외된 지 22년 만에 한글날을 공휴일로 지정하는 규정 개정령안을 입법예고한다고 7일 밝혔다(2012년 11월 8일자 조선일보 A12면)

지난 10월 9일은 한글날이었습니다. 한글은 유네스코(UNESCO)에서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했을 만큼 과학적으로 우수한 문자입니다. 지구 상에 존재하는 문자 중 오직 한글만이 만들어진 시기와 목적, 작자가 명확하게 알려져 있지요. 하지만 오늘날 한글의 오염 현상은 심각한 수준이에요. 외래어가 남용되는 것은 물론 사이버 공간에서 사용되는 비속어와 정체불명의 유행어가 도를 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한글날을 공휴일로 지정함으로써 문화 국경일의 의미를 강조하려 한다는 뉴스가 전해졌어요.

한글날이 10월 9일로 정해지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어요. 일제강점하인 1926년, 한글학자인 주시경 선생의 문하생들이 중심이 된 조선어연구회가 세종대왕의 훈민정음 반포를 기념하기 위해 11월 4일을 '가갸날'로 정해 기념했어요. 세종실록에 언급된 '음력 9월 말일'의 양력에 해당하는 날을 기념일로 정한 것이지요. 이후 '가갸날'은 '한글날'로 이름이 바뀌어요. 날짜 또한 양력 환산 문제로 10월 29일로, 또 한 번 10월 28일로 바뀝니다. 일부 학자들은 세종실록을 잘못 해석했다고 지적하며 한글날을 언제로 정할지 갑론을박을 벌였어요. 그러다 1940년 훈민정음 해례본의 원본이 발견되면서 한글은 '9월 상순(上旬)'에 반포된 사실이 명확해집니다. 상순은 1일에서 10일을 의미하는 것이니, 애초에 음력 9월 말일을 양력으로 세어 한글날로 정했던 것에서 날짜를 앞당길 필요가 생긴 셈이죠. 이에 따라 1946년부터 한글날은 지금과 같이 10월 9일로 정해졌습니다.

세종대왕 동상이 있는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어린이들이 플래카드를 들고 한글날을 기념하고 있다.

한글날은 대한민국 정부수립 다음 해인 1949년부터 공휴일로 지정되었어요. 하지만 공휴일이 너무 많다는 이유에서 정부는 1991년부터 한글날을 공휴일에서 제외해요. 2005년 한글날은 국경일로 승격되지만 여전히 공휴일에서는 빠졌지요. 국경일은 나라의 경사스러운 일을 기념하기 위해 법률로써 지정한 날이에요. 삼일절·제헌절·광복절·개천절·한글날이 이에 해당되지요. 그동안 제헌절과 한글날은 공휴일이 아니었는데, 이번 법률개정으로 제헌절만 공휴일이 아닌 국경일로 남게 되었어요.

한글날 공휴일 지정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을까요? 이는 단순히 쉬는 날이 하루 더 늘어난다는 뜻이 아니에요. 공휴일에는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가 드러나게 마련입니다. 한글날처럼 문자를 공휴일의 근거로 삼는 것은 세계적으로 이례적인 일이에요. 한글날의 공휴일 지정을 계기로 전 국민이 그 의미를 생각하고 우리의 말과 글의 위상을 높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