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에 디자인된 수많은 의자 중에서 가장 세련되고 편안한 의자가 무엇일까?'라는 질문에는 답변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모조품이 가장 많은 의자라면 단연 '바르셀로나 의자(Barcelona Chair)'를 꼽을 수 있다. 독일의 세계적인 조형학교 바우하우스의 학장(學長)을 역임한 미스 반 데어 로에(Mies van der Rohe)와 릴리 라이히(Lilly Reich)가 디자인한 이 의자가 '바르셀로나'라는 이름을 갖게 된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바르셀로나 의자'… 스페인 바르셀로나 엑스포(1929)의 독일관을 위해 미스 반 데어 로에와 릴리 라이히가 디자인, 미국의 놀 인터내셔널이 제조. 규격 73×75×75㎝.

1929년 바르셀로나 엑스포의 독일관을 설계한 로에는 가구를 별도로 디자인해야만 했다. 전시관 내·외부가 직선 구조였고, 마감재도 유리·금속·대리석을 주로 사용하는 등 모던한 분위기에 어울릴 만한 의자가 없었기 때문이다. 독일관은 특히 스페인 국왕의 접견 장소였으므로 품위 있고 우아한 의자를 디자인해야 했다. 고대 시대의 접이식 의자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이 의자는 한 쌍의 'X'자형 강철봉을 연결하여 만든 프레임 위에 가죽을 씌운 등받이와 시트를 올려놓는 단순한 구조로 통상적인 의자들과는 사뭇 다르다. 'C'자형과 'S'자형 강철봉들이 갖는 탄성 덕분에 앉는 사람이 상쾌한 쿠션감을 느끼게 해준다.

1953년 미국의 가구회사 놀(Knoll)은 이 의자의 상업화를 시작했다. 원래 디자인은 연결 부위를 볼트로 조였지만, 스테인리스 스틸을 용접하는 것으로 바꾸어 더욱 매끄럽게 마무리했다. 의자는 거의 모두 수작업으로 만들어지며, 완성품에는 로에의 서명을 새겨 넣는다. 1977년 뉴욕의 현대미술관상(賞)을 받은 이 의자의 특허권은 이미 1937년에 소멸되었지만 놀은 2004년 제품의 '모양과 느낌'을 보호해주는 트레이드 드레스(Trade Dress)권을 획득했다. 그러나 아직도 전 세계에서 수많은 브랜드로 이 의자의 모조품들이 만들어지는 것을 막지 못하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