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기자] 한국의 괴물 투수가 코리안특급 뒤를 이을까.

2573만7737달러33센트라는 어마어마한 포스팅 금액을 입찰받은 류현진(25)의 행선지로 LA 다저스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한화 구단은 10일 최고 입찰액을 확인한 후 포스팅 결과를 수용하기로 했다. 류현진도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 측을 통해 최고액을 써낸 팀과 30일간 단독 협상을 갖는다. 당초 시카고 컵스와 텍사스 레인저스가 유력한 후보로 거론됐지만, 현지 언론은 점점 LA 다저스에 무게를 싣고 있는 분위기다.

미국의 소식통들은 유력 언론사 기자들의 정보를 담으며 류현진의 행선지를 거의 실시간 업데이트로 추측하고 있다. 'CBS스포츠' 존 헤이먼 기자는 "컵스가 입찰에서 승리하지 못했다'고 전했고, 'ESPN' 버스터 올니 기자도 '타구단에서는 다저스가 입찰에서 승리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폭스스포츠'의 켄 로젠설 기자도 '다저스가 공격적으로 값을 불렀다'며 다저스행에 무게를 실었다.

여기에 '댈러스모닝뉴스' 에반 그랜트 기자는 '텍사스가 입찰에서 이기지 못했다'며 컵스와 마찬가지로 입찰 경쟁에서 떨어졌다고 알렸다. 아울러 '로토월드'에서도 '다저스는 확실히 투자할 수 있는 재정적인 힘이 있고, FA 시장에서도 큰 투자를 할 계획이었다'고 설명하며 다저스의 류현진 투자 가능성을 높게 바라봤다.

실제로 다저스의 네드 콜레티 단장은 클레이튼 커쇼를 뒷받침할 2~3선발감을 찾고 있는데 트레이드 시장에서 구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해 FA 시장으로 눈길을 돌렸다. 대표적인 '친한파' 구단 다저스로서는 류현진의 가치가 높게 보일 수밖에 없었다. 과거 한국인 박찬호와 일본인 노모 히데오를 통해 아시아 마케팅 특수 효과를 본 다저스에 류현진은 또 하나의 코리안 특급이 될 수 있다.

다저스는 한국 야구팬들에게 가장 친숙한 구단 중 하나다. 지난 1985년 한국프로야구 삼성이 자매결연을 맺은 다저스의 베로비치 다저타운에서 최초의 해외 스프링캠프를 실시하며 선진야구 시스템을 접목시키는 계기가 됐다. 1994년 1월에는 한국인 최초의 메이저리거 박찬호가 계약금 120만 달러에 다저스와 계약하며 미국 땅를 밟았다. 최희섭과 서재응도 짧게나마 다저스에 몸담았다.

특히 박찬호가 전성기를 누린 1996~2001년 다저스는 한국의 국민 구단이라는 상징성이 있었다. 1997~2001년 5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거둔 다저스 에이스 박찬호의 1구 1구 혼신의 피칭을 보며 환호했고, 그가 선발등판하는 날 방망이가 불을 뿜었던 마이크 피아자, 라울 몬데시, 게리 셰필드, 숀 그린 등은 이른바 '찬호 도우미'로 한국팬들에게 인기를 모았다.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LA의 정서도 다저스와 잘 맞았다. 박찬호가 떠난지 오래됐지만 여전히 그의 향수가 진하게 남아있는 팀이다.

미국 현지의 전망대로 다저스가 최고 입찰액을 냈다면 그와의 계약 의사가 확실한 것으로 보인다. 2600만 달러에 가까운 포스팅 금액은 그를 향후 몇 년간 선발투수로 감안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 가능하다. 다저스는 에이스 커쇼 외에도 조시 베켓, 채드 빌링슬리, 크리스 카푸아노, 애런 해렁 등 수준급 선발투수들이 빡빡하게 있다. 하지만 콜레티 단장은 커쇼와 함께 원투펀치 이룰 더 강한 투수를 원하고 있다. 그게 바로 류현진일지도 모른다. 류현진도 이길 수 있고, 우승할 수 있는 팀을 원한다.

박찬호를 비롯해 노모 히데오, 이시이 가즈히사, 구로다 히로키 등 아시아 선수들로 성공을 거두고,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다저스는 홈구장 다저스타디움도 투수친화적인 곳으로 유명하다. 류현진이 수월하게 적응할 수 있는 긍정적 요소들이 많다. 다저스의 최고 입찰이 유력해진 상황에서 과연 류현진이 다저스 유니폼을 입을 수 있을까. 메이저리그 강타자들을 돌려세운 박찬호처럼 그때 그 향수를 자극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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