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지난해 서울 우면산 산사태와 같은 피해를 계곡의 중상부에서부터 막을 방재 기술을 개발하고 실제 규모의 실험을 처음으로 실시해 성공했다.

9일 오후 강원 평창군 진부면 봉산리 계곡. 가로 13.5m, 세로 12m, 높이 6m의 콘크리트 구조물 수문이 열리면서 토석류 400㎥(600t)가 계곡을 따라 폭포수처럼 쏟아졌다. 높이 250여m에서 쏟아진 토석류는 820m의 물길을 따라 불과 2분 만에 하부까지 닿았다. 토석류가 휩쓸고 간 자리는 1m 이상 파였다.

그러나 연구진이 토석류 길목에 설치한 방재 구조물은 전혀 상하지 않은 채 토석류를 늦추는 역할을 해냈다. 방재 구조물은 지름 50.8㎝, 높이 1m 크기의 원통형 구조체 4개와 가로·세로 70㎝, 높이 1m 크기의 박스형 구조체 3개로, 토석류가 시작하는 곳에서 300m 내려온 지점에 설치됐다. 속이 빈 구조물에는 지름 10㎝의 구멍이 곳곳에 뚫려 있었고, 안에는 흙과 돌이 쌓여 있었다. 구조물이 토석류의 흐름을 저지하고, 일부 토석을 걸러내 힘을 빼는 역할을 한 것이다.

토석류 방재기술연구단이 9일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 봉산리 계곡에서 토석류 방재공법 실험을 했다. 댐에서 흘러내린 토석류가 강철 재질의 방재구조물(흰색 점선 부분)을 덮치는 장면. 토석류는 구조물을 지나며 파괴력이 줄어들었다.

토석류가 방재 구조물을 거치지 않고 그대로 하류까지 흘러가면 주변의 흙과 돌을 추가로 휩쓸면서 규모가 통상 10배 이상으로 증가하지만, 이번 실험을 통해 상당 부분 힘이 줄었다는 점이 확인됐다.

이 연구는 강릉원주대와 ㈜이산의 '수충부(물이 들이치는 곳) 및 토석류 방재 기술 연구단'이 국토해양부의 지원을 받아 실시했다. 연구단은 지난 9월에는 같은 현장에서 인위적으로 토석류를 발생시키는 실험을 가졌고 이번엔 방재 실험에 성공한 것이다.

토석류 방재 실제 규모의 실험은 이번에 국내 처음으로 실시됐다. 실험이 진행된 봉산리 국유림은 상부 경사 35.5도, 하부 평균 경사 5.3도의 계곡으로 연구단은 정확한 실험을 위해 곳곳에 유속 측정장비, 토석류 깊이 측정 장치, 바닥이 받는 하중 측정 장치 등 각종 전자센서와 카메라를 설치했다.

지금까지 토석류의 피해를 막는 공법은 계곡 하부에 흘러내린 토석이 외부로 나가지 않도록 '사방댐'을 설치하는 정도였다. 이날 실험은 아예 계곡 중상부에 방재 구조물을 설치해 위에서부터 토석류의 힘을 줄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연구단 소속 강릉원주대 윤찬영 교수는 "지난 9월 토석류 발생 실험에 이어 방재 구조물의 효과가 실제 실험에서 증명됐다"며 "방재물은 이번에 실험연구단이 처음 개발한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