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순환출자 기업 자율 맡긴다" 발언에 김종인·경실모 반발
-김종인 위원장 거취에 주목···朴-金, 결별 예상도 나와
경제민주화 노선을 둘러싸고 새누리당의 내홍이 되풀이 되는 모습이다. 박근혜 대선 후보가 지난 8일 경제 5단체장과의 간담회에서 "신규 출자를 금지하고 기존 출자에 대해서는 (기업의)자율에 맡긴다. 기존 의결권을 제한하거나 순환출자의 고리를 끊기 위해 대규모 비용이 들어가는 것 또한 바람직하지 않다"고 하자 경제민주화실천 모임 등 당내에서 경제민주화 논의를 이끌던 세력들이 일제히 반발하는 등 후폭풍이 불고 있다. 기존 순환 출자에 대한 의결권 제한은 재벌 총수의 경영권 행사를 억제하려는 것으로, 새누리당 경제민주화 추진단의 핵심 공약이었다.
이같은 내홍 양상은 박 후보와 선거 공약을 책임졌던 김종인 위원장의 갈등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박 후보는 최근 보도된 새누리당의 경제민주화 정책 공약과 관련, 경제 단체장들에게 "일부 개인의 생각이 공약으로 보도된 것이 있다"고 했다. 그는 경제민주화 공약이 자신의 재가 없이 언론에 보도된 것에 대해 굉장히 불쾌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었다.
당 안팎에서는 의결권 제한 뿐아니라 ▲대기업 집단법 제정 ▲재벌의 경제범죄에 대한 국민참여재판 실시 ▲대기업 금융계열사의 중간지주사체제로의 전환 등 김종인 위원장이 제시한 경제민주화 공약 중 상당수가 정식 공약으로 채택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같은 박 후보의 움직임에 대해 김 위원장은 9일 "기존 순환출자에 대한 의결권 제한은 비용과는 관계가 없다. 박 후보가 의결권 제한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박 후보가 내용을 잘 모르고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정면으로 비판한 셈이다. 그는 박 후보가 '성장'을 강조하며 경기부양에 대한 필요성을 언급한 이달 초 이후 최근 몇일 동안 당사로 출근하지 않는 등 새누리당과 거리를 두고 있다.
당내 경제민주화 실천모임 소속 의원들도 박 후보의 발언에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경실모 소속 한 의원은 "박 후보 또한 시대정신을 고려해 김종인 위원장이 내놓은 경제 민주화 방안을 수렴하는 쪽으로 갈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당 내에서도 그렇게 하는 것이 최적의 판단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후보의 경제참모로 알려졌던 이혜훈 중앙선대위 부위원장도 한 라디오 방송에서 "김종인 위원장이 어떤 (경제민주화)방안을 만들고 있는지 대충 안다. 그 방안들이 무리한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박근혜 후보가 전날 김 위원장의 '기존 순환출자 의결권 제한'에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힌 것과 관련해선 "모든 것이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지 않기 때문에 조정돼 가는 과정이라고 본다"며 유보적 입장을 취했다.
일각에서는 박 후보의 의중대로 신규 순환출자만 금지하는 수준의 경제민주화 공약이 발표될 경우, 경실모를 중심으로 반발이 거셀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달 4일 의원총회에서 나타난 쇄신파동에 버금되는 내홍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당 안팎에서는 이와 관련, 이한구 원내대표와 안종범 의원 등 보수 성향의 경제참모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
정치권에서는 박 후보가 최근 민생경제 챙기기 중심의 행보를 보이는 등 '보수성향의 집토끼 지키기'식의 선거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성장을 강조하며 보수층의 결집을 이뤄내기 위한 선거 운동을 하고 있는 만큼 김 위원장과 경실모 등의 주장에 마냥 끌려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박 후보가 자신이 수용할 수 있는 경제민주화 정책 공약이 어디까지인지를 확실하게 결정한 것 같다"면서 "후보가 노선과 시각을 확정한 만큼 당이 이를 따라가야 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 후보가 끝내 기존 순환출자 의결권 제한 방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이 어떤 선택을 할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진다.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이 선거 업무를 그만두면서 박 후보와 결별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다만 주변에서는 선거를 40일 밖에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당을 나가거나 하는 등의 움직임을 보이지는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 대신 박 후보의 경제민주화 의지가 후퇴하지 않도록 계속해서 '압박'하지 않겠느냐는 분석도 있다. 한 당 관계자는 "박 후보가 가야할 길을 결심한 만큼 이를 따라갈지 여부는 김종인 위원장이 해야 하는 판단"이라면서 "후보가 김 위원장에게 본인의 구상을 설명하고 의견을 나누는 과정에서 일정 부분 역할 조정이 있지 않겠냐"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