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자치령인 푸에르토리코가 6일 미국 대통령 선거와 같은 날 실시한 주민투표를 통해 미국의 주(州)로 정식 편입하고 싶다는 의사를 처음으로 밝혔다.

이번 주민투표는 두 개의 문항으로 구성됐다. 첫 문항은 국가 지위 변경에 대한 찬반 여부 질문이었고, 두 번째 문항에서는 '지위 변경'을 전제로 ▲미국의 51번째 주로 편입해 완전한 미국이 되는 것 ▲미국으로부터 더 많은 자치권을 얻어내 '자유연합' 체제로 변경하는 것 ▲미국으로부터 완전히 독립하는 것 가운데 하나를 고르도록 했다.

투표에서 푸에르토리코 주민의 54%가 국가 지위 변경을 희망했고, 3가지 선택 사항 중에서는 미국에 편입하자는 의견이 61%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자유연합'안 지지는 33%, '독립국가'가 되자는 의견은 5%에 그쳤다.

푸에르토리코는 과거 1967·1993· 1998년 세 차례에 걸쳐 국가 지위에 관한 주민투표를 시행했지만, 매번 자치령 존속 의견이 우세했다. 이번에 투표 결과가 다르게 나온 것은 13%에 이르는 높은 실업률 등 경기침체의 영향 때문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이번 주민투표는 법적 강제력을 갖지는 않지만, 지난해 푸에르토리코를 방문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푸에르토리코 주민들이 투표를 통해 확실한 결정을 내리면 미 정부는 이를 지지하겠다"고 약속했었다. 푸에르토리코가 미국에 편입하려면 미국 의회의 승인과 미국 대통령의 추인 절차를 밟아야 한다.

인구 400만명의 푸에르토리코는 1898년 미국이 스페인과의 전쟁에서 승리하면서 미국 영토가 됐다. 그러나 당시 획득한 영토 중 쿠바와 필리핀이 각각 1902년과 1946년 독립한 것과는 달리, 미국은 해군의 전략 요충지라는 이유로 푸에르토리코만 독립시키지 않았다.

1917년 푸에르토리코 주민들은 미국 시민권을 부여받았다. 그러나 여전히 대통령에 대한 투표권이 없고, 연방의회에는 하원의원 1명을 선출해 파견하지만 표결권이 없다. 대신 연방 정부에 대한 세금을 내지 않고 주민 직선으로 선출된 주지사가 독자적으로 통치한다. 다만 민주·공화 양당의 대통령 후보를 결정하는 경선은 이곳에서도 미국의 다른 주와 똑같이 진행된다.

푸에르토리코에서는 독립을 요구하는 민족주의 세력들에 의한 테러 공격이 종종 일어나기도 한다. 또 영어보다 스페인어가 주로 쓰인다는 점이 미국 편입에 걸림돌이라는 견해가 미국에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