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조회사를 차려 고객 돈 수억원을 빼돌린 전과 합계 47범의 부부가 경찰에 붙잡혔다. 수많은 전과에도 이들이 수십억∼수백억원의 돈을 다루는 상조업체를 운영할 수 있었던 건 '상조법'을 위반한 전과가 없는 이상 상조회사를 세우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2004년 상조회사를 차려 작년까지 고객 1048명으로부터 받은 24억원 중 9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안모(54)씨를 구속하고, 안씨의 남편 구모(60)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6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안씨와 구씨는 20여년 전부터 각종 사업체를 운영하며 불법을 저질러 왔다. 안씨는 전과 14범이고 구씨는 전과 33범이다. 이 부부는 지난 2004년 6월 상조회사를 차렸다. 상조업이 신고나 허가가 필요 없다는 점을 노렸다. 부부는 당시 잘나가던 상조업체 '㈜○○상조'를 모방해 '○○상조㈜'라고 회사 이름을 지었다.
안씨 부부는 회사를 차린 지 6개월 만에 고객 돈을 빼돌리기 시작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이 5억5000만원의 은행빚이 있었고, 사업 초기부터 돈을 빼돌린 것으로 볼 때 불순한 의도로 사업을 시작한 것 같다"고 말했다. 부부는 횡령 혐의를 부인했다.
부부의 계획이 틀어지기 시작한 건 빼돌린 돈으로 운영하던 나이트클럽과 사우나가 제대로 수익을 내지 못하면서부터다. 2007년 말엔 월급을 제때 주지 못해 영업사원들이 단체로 회사를 그만둬 지점 대부분이 폐쇄됐다. 수상한 낌새를 눈치 챈 고객들이 납입한 돈의 환급을 요구하자, 부부는 작년 12월 회사 문을 닫고 잠적했다.
전국에서 영업 중인 상조업체가 300개를 넘어서고 부실 업체가 난립하자 정부는 2010년 할부거래법을 개정해 상조업을 규제하는 이른바 '상조법'을 마련했다.
그러나 전과자가 상조업을 운영하는 데 별다른 문제가 없고, 피해자 보상에 대한 대책도 미흡하다. 상조법이 회사가 망해도 피해자에게 일정 수준의 보상을 할 수 있도록 고객이 맡긴 돈의 50%를 의무적으로 은행에 예치하도록 하고 있지만, 이를 무시하는 상조 회사가 적지 않다. 안씨 부부는 고객으로부터 받은 24억원 중 12억원을 은행에 예치해야 했지만, 부부가 은행에 맡긴 돈은 1억5000만원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