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일 정치의 유사점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은 기존의 양대 정당에 대한 불신과 그를 대체할 '제3세력'의 부상이다. 일본은 소선거구제의 도입에 따라 비(非)자민당 야당 세력이 통합해 민주당이 결성됐다. 민주당은 2009년 선거에서 자민당에 압승, 정권 교체를 이루었다. 하지만 민주당 정권은 갈팡질팡 정책과 당 내부 분열에 의해 차기 총선 패배가 거의 기정사실로 되고 있다. 그렇다고 불과 3년 전에 심판을 받고 정권을 내준 자민당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회복됐다고 볼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자민·민주 양대 정당에 대한 불신을 반영, 하시모토 도루(橋下徹) 오사카 시장이 주도하는 일본유신회 등 '제3세력'에 대한 기대가 상당히 높아지고 있다.
하시모토 시장은 TV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서 일약 인기인이 된 변호사 출신 정치인이다. 지방분권 개혁과 예산 절감 등을 내걸고 오사카 지사와 오사카 시장에 차례로 당선됐으며 현재는 전국 정당인 일본유신회를 만들어 국회 진출을 노리고 있다. 하시모토는 헌법 개정과 교육 정책 등에 대한 우익적 언동이 많이 알려져 있지만, 그렇지 않은 측면도 많다. 예를 들면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 등의 영토 문제는 국제사법재판소에서 해결해야 한다든가, 독도를 한·일이 공동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 등은 전통적인 일본 우익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의 인기가 총선까지 지속할지는 불투명하다. 하지만 그의 불륜·출생 등과 관련된 폭로 기사에 잘 대응하는 등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주었다.
한국은 소선거구제와 대통령 직선제에 기반을 둔 지역 할거적인 정당 체제가 보수와 진보의 양대 정당제로 수렴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그러나 이번 제18대 대통령 선거에서는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유력 주자로 떠오르면서 판도의 변화가 예상된다. 안철수와 문재인 후보의 단일화 여부가 선거의 귀추를 결정지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국과 일본은 기성의 양대 정당이 민의를 제대로 수렴하지 못했고 그 결과로 제3세력이 부상했다는 점에서 공통이다. 하지만 양국의 제3세력은 공통점 못지않게 차이도 크다. 첫째, 하시모토와 안철수는 개성에서 큰 차이가 난다. 하시모토는 극단적인 주장도 불사하는 '선동가'인 반면 안철수의 주장은 비교적 합리적·상식적이며 호소하는 방법도 온건하다. 둘째, 지지 기반에서도 차이가 난다. 하시모토의 지지층은 기존 사회에 불만을 가진 계층이며, 그 불만의 배출구로서 실현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어떤 의미로는 '통쾌한' 하시모토의 주장에 매료됐다. 즉 주장의 내용을 잘 음미해보기보다는 과격한 주장 방법에 매력을 느끼고 있다. 반면 안철수의 지지층은 현상에 불만을 가진 계층이지만, 안철수 자신의 행동 양식과 마찬가지로 주장의 내용과 행동 양식이 비교적 온건하며 과격한 사람들이 아니다.
일본에서는 기존 정당들을 비판하는 제3세력이 보수보다 훨씬 극우적이지만, 한국에서는 제3세력이 보수와 진보 양대 정당의 중간에 자리 잡고 있다. 이것은 한·일 사회의 현상을 반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즉 성숙 중인 한국과 성숙을 지나서 쇠퇴로 향하는 일본의 차이일 수 있다. 쇠퇴하는 사회에서는 그에 따른 두려움과 그것에 저항하는 의미를 담은 극단적인 주장이 지지를 얻기 쉽다. 그렇다고 쇠퇴하는 사회가 반드시 극단적인 주장에 빠져 주변 국가를 어지럽히는 길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과거의 경험을 살려 '명예로운 쇠퇴'를 달성하고 성숙한 사회를 유지하는 잠재력이 일본에 있다고 확신한다. 단, 이를 위해서는 그러한 방향으로 이끌 정치적 리더십과 힘이 있어야 한다. 문제는 현재 일본에 그런 정치력이 없다는 점이다.
한국은 '보수 대 진보'라는 기존 도식에서 제3세력의 존재가 사회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 것인가. 밖에서 보는 한국 사회는 그렇게 극단적인 선택을 할 가능성이 많지 않아 보이는데도 현실 정치에서는 필요 이상의 대립과 갈등을 연출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정치가 한국 사회를 통합하기는커녕 분열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하는 듯하다. 예를 들면 보수와 진보의 대립 축 중 하나가 대북 정책이지만 대북 정책을 둘러싸고 한국이 취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은 그리 넓지 않다. 대북 정책을 놓고 보수와 진보가 극한으로 대립하는 것은 외부에서 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또 보수의 박근혜도 보수색을 선명하게 하기보다 통합에 역점을 두려는 것으로 보인다. 제3세력의 출현과 이번 대통령 선거가 한국 사회를 통합의 방향으로 이끌지, 아니면 분열을 심화시킬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