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노인 넷 중 한 명은 인지 기능이 상당히 떨어진 '치매 예비군'인 것으로 나타났다.
4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노인 기능상태·수발실태와 정책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노인실태조사의 일환으로 전국 65세 이상 노인 1만665명의 인지 기능을 검사한 결과 응답자 8851명 가운데 28.5%가 '인지 기능 저하 의심' 판정을 받았다.
인지 기능 검사는 치매 선별에 활용하는 한국형 간이 인지기능검사(MMSE-KC)를 통해 계산력, 낱말 기억력, 집중력, 감정조절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점수로 매겨 판정한다. 가령 "지금은 몇 월입니까" "삼천리강산을 반복한 뒤 이 단어를 맨 뒷글자부터 거꾸로 말하세요" 라는 등의 질문을 통해 점수(만점 30점)를 매긴 뒤 교육 수준을 따져 통상 26점 이하면 인지 기능 저하 의심 판정을 한다.
선우덕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인지 기능 저하자들은 치매를 막을 전문적인 치료를 받지 않거나, 치매 발현을 억제하는 약을 먹지 않으면 빠른 시간 내에 치매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인지 기능 저하자 비율을 연령별로 보면 65∼69세의 노인은 15.5%이었고, ▲70∼74세 25.0% ▲75∼79세 35.9% ▲80∼84세 41.6% ▲85세 이상 67.1% 등으로, 나이가 들수록 인지 기능 저하 비율이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65세 이후부터는 다섯 살 많아질수록 치매 환자가 2배씩 늘어, 85세 이상은 2명 중 1명꼴(47%)로 치매가 발병한다고 말했다.
인지 기능 저하 비율은 남성 노인(25.4%)보다 여성 노인(30.9%)이, 도시(24.6%)보다 농촌(37.1%)지역 노인들이 높았다. 배우자 없는 노인이나 독거노인도 배우자가 있는 노인 부부에 비해 비율이 높았다. 혼자 살면 다른 사람과 접촉할 가능성이 떨어져 인지 능력이 뒤떨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옷 입기, 목욕, 화장실 이용, 빨래, 집안일, 외출 등 일상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사람은, 절반 이상(58.6%)이 인지 기능 저하자로 조사됐다.
한설희 건국대 의대 교수는 "인지 기능 저하자 중 집안일이나 걷기·외출 등 일상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할 경우 치매 고위험군에 포함된다"며 "평소 지속적인 두뇌 활동이나 유산소 운동을 통해 신체적인 능력을 키우는 노력이 있어야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노인 중에는 화장실 이용, 집안일, 외출 등 일상생활에서 다른 사람의 도움이 없으면 안 될 정도로 신체적 기능이 떨어지지만, 다른 사람의 수발을 전혀 받지 못하는 사람이 4명 중 1명꼴(23.7%)이나 됐다. 노인들의 수발을 돕는 사람은 10명 가운데 7명(72.1%)이 가족이었다. 가족 중에서도 배우자가 절반(53%)을 넘었고, 큰며느리(12.3%), 딸(10.3%), 장남(8.2%), 둘째 이하 아들(6.7%) 순이었다. 특히 여성 노인은 배우자(33.3%) 외에 딸(16.3%)에게 의지하는 경우가 큰며느리(16.0%)나 장남(11.9%)에 의지하는 경우보다 많았다. 아들보다 딸이 어머니를 챙기는 경우가 많은 셈이다.
김동섭 보건복지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