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비에르 페르난데스(21)는 '스페인의 김연아'다. 한국보다 피겨 스케이팅의 뿌리가 얕은 스페인에서 일약 세계적인 강자로 성장했다.

그는 지난주 ISU(국제빙상연맹) 그랑프리 시리즈 2차 대회(스케이트 캐나다)에서 253.94점으로 남자 1위를 했다. 2011·2012 세계선수권 우승자인 패트릭 챈(22·캐나다)을 10점 차이로 따돌리는 이변을 연출했다. 스페인 선수로는 사상 처음으로 ISU 주관 대회에서 시상대 맨 위에 섰다.

스페인은 피겨의 불모지다. 선수는 희귀하다. 최근 5년 동안 자국 피겨 선수권 남자 시니어 부문에 참가한 선수는 페르난데스를 포함해 3명뿐이다. 대회가 열리지 않은 적도 있다. 작년엔 두 명만 출전했다.

하비에르 페르난데스가 지난주 캐나다 온타리오주 윈저에서 열린 피겨 스케이팅 그랑프리 2차 대회에서 연기하고 있다.‘ 스페인 피겨의 기적’으로 통하는 페르난데스는 253.94점이라는 개인 통산 최고 점수 겸 이번 시즌 세계 최고 점수로 1위를 차지했다.

프리메라 리가로 대표되는 프로축구가 최고 인기 스포츠인 스페인에서 페르난데스의 존재는 신선한 충격이다. 그는 6세 때 피겨를 시작했다. 먼저 피겨를 배운 누나에게서 영향을 받았다. 마드리드 태생이라 어려서부터 프로축구팀 레알 마드리드를 좋아했다. 또래 남자 아이들처럼 축구를 즐기다 이내 피겨에 집중했다. 점프에 재질을 보여 12세 무렵에 트리플(3회전) 점프를 구사했다.

17세부터 유명 피겨 코치인 니콜라이 모로조프(러시아)의 지도를 받으면서 가파르게 성장했다.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14위, 2010 세계선수권 12위, 2011 세계선수권 10위를 했다.

페르난데스는 작년에 새 코치와 손을 잡았다. 김연아와 2010 동계올림픽 금메달을 일궜던 브라이언 오서(캐나다) 코치다. 안무는 데이비드 윌슨에게 맡겼다. 김연아는 2010년 여름에 오서 코치와는 헤어진 이후에도 윌슨과는 작품을 함께 짜며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작년 여름 캐나다 토론토로 훈련 캠프를 옮긴 페르난데스는 2011~2012시즌 그랑프리 시리즈 2개 대회에 나가 모두 2위를 하고, 왕중왕전 격인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3위를 하며 상승세를 탔다. 2012 세계선수권은 9위로 주춤했지만, 이번 2012~2013시즌 들어 쿼드러플 점프(4회전)의 완성도를 높이면서 세계 정상권으로 발돋움했다.

지난 스케이트 캐나다 대회 땐 쇼트 프로그램에서 '4회전 점프' 한 번, 프리 스케이팅에선 4회전 두 번을 깨끗하게 성공했다.

남자 피겨의 샛별인 페르난데스는 1년 3개월 앞으로 다가온 2014 소치 동계올림픽의 메달 유망주다. 스페인은 그동안 동계올림픽에서 메달 두 개를 따는 데 그쳤다.

피겨의 페르난데스가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입상한다면 한국의 김연아 못지않은 스페인의 국민 스타가 될 전망이다. 페르난데스는 그랑프리 6차 대회인 NHK 트로피(23~25일 일본 센다이)에 출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