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달영 변호사

여자 배구 김연경 선수 사태가 최근 문화체육관광부 및 관련 단체들이 모인 자리에서 일단 국제이적동의서는 발급하기로 결정하면서 일단락됐다. 이번 사태가 불거지고 미봉책으로나마 해결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선수가 피해를 입지 않아 다행으로 생각하면서도, 정치권과 정부 등이 스포츠계의 자율성을 무시하고 지나치게 간섭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스포츠, 특히 프로스포츠는 원칙적으로 정치권과 정부가 관여할 수 없는 민간영역이다. 그 운영과 의사 결정, 그리고 내부 갈등 문제도 자체 규정과 절차에 따라 해결하는 것이다. IOC, FIFA 등도 정치와 정부로부터의 독립 및 간섭 금지를 규정하고 있다. 외국의 사법부도 스포츠단체의 내부 분쟁에 대해서는 사법적 판단을 자제하기도 한다. 물론 스포츠계의 운영 및 의사 결정 또는 제도가 선수의 기본권을 침해하거나 사회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끼치면 당연히 선수, 국민 또는 정치권과 정부는 시정을 요구할 수 있고 소송 등 법적 절차에 따라 시정할 수 있다.

그런데 이번 사태는 그 본질이자 쟁점이 '자유계약선수(FA)' 신분 여부이고, 현행 국제배구연맹과 한국배구연맹 규정에 따르면 김연경 선수는 FA 신분을 갖지 못한 게 사실이어서 현행 규정 위반의 문제가 제기된 사안인 바, 무조건 국제이적동의서를 발급하라는 것은 프로스포츠의 근간인 선수 계약 전체 시스템을 망가뜨리고 선수 간 형평성 문제 등 더 큰 혼란을 불러올 수도 있는 문제다. 따라서 냉정하고 합리적인 접근이 필요함에도, 정치권에서 구단과 연맹이 부당하게 선수의 권익을 침해한 것이라고 회견을 하고 심지어 국감장에서 관련자들을 '질책'한 것은 스포츠계의 자율성을 무시하고 일부 국민의 관심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행위로 볼 수 있다. 또한 배구연맹이 규정에 따라 결정해야 할 사항에 대해 정부, 관련 단체들이 모여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정치적으로 사실상 강제하는 것은 지나친 월권이자 간섭이다.

스포츠 10대 강국 위상에 걸맞게 선수의 권익을 침해하는 부당한 제도는 고쳐나가야 한다. 그러나 정치권과 정부가 나서서 스포츠 자율성의 가치를 훼손한다면 스포츠계의 자율 능력을 위축시킬 뿐 아니라, 관련자들에게 목적 달성을 위해 정치적인 수단에 기대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도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