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들의 3분기 실적이 전반적으로 부진한 가운데, 해외 판매 비중이 높은 미국 다국적 기업들의 실적은 유난히 더 저조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경기가 살아나고 소비심리도 회복되면서 미국 내수 기업은 일정부분 부진을 만회했지만, 다국적 기업들은 유로존(유로화를 사용하는 17개국) 재정위기의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 3분기 주요 내수 기업 매출은 증가…다국적 기업 매출은 줄어

27일(현지시각) 톰슨 로이터에 따르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에 편입된 기업들 가운데 해외 매출 비중이 가장 높은 39개 기업은 이번 3분기 순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5% 감소할 것으로 집계됐다. 39개 기업 가운데 24개 기업은 이미 발표된 실적을 기준으로, 나머지 기업은 전문가들의 평균 예상치를 기준으로 작성됐다.

이는 S&P500지수에 편입된 기업 전체의 3분기 평균 순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 줄어든 것과 비교하면 크게 부진한 기록이다.

반대로 S&P500지수에 편입된 기업 중 해외 매출 비중이 가장 낮은 기업 38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 기업의 순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1%가 상승할 것으로 예측됐다.

◆ 유럽 재정위기, 달러화 강세가 원인

전문가들은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미국 내 다국적기업들의 실적이 두드러지게 부진한 이유로 유럽 재정위기로 유로존 매출이 줄어든 점을 꼽았다.

S&P에 따르면 미국 내 다국적기업들은 평균 20~25%의 매출을 유럽에 의존하는 상태다. 그러나 유로존 소비경기가 위축되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유로화 대비 달러화 가치도 강세를 보이면서 유럽 매출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세계 최대 가전제품 업체 월풀은 이번 3분기 북미지역에서는 24억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 늘어난 기록이다. 그러나 유럽과 중동 지역에서는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5% 급락했다. 월풀은 이번 분기에만 유럽 지역에서 3500만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

컴퓨터 분야의 대표 기업인 IBM 역시 지난 18일, 3분기 전체 매출은 5%, 유럽 지역 매출은 9% 떨어졌다고 발표했다.

세계 최대 중장비 업체인 캐터필러는 3분기 전체 매출이 5% 늘었지만, 유럽 지역 매출은 1% 감소했다. 캐터필러는 "내년에도 전 세계적으로 매출은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면서도 "유럽 매출은 당분간 줄어들 것" 이라고 내다봤다.

유로화 대비 달러화 가치가 강세를 보인 것도 미국 기업들에는 악재로 작용했다. 지난 6월1일 1유로당 0.81달러였던 유로화 대비 달러 환율은 8월부터 꾸준히 내리기 시작해(달러화 가치 강세) 9월에는 유로당 0.76달러까지 내려왔다. 미국산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낮아짐과 동시에, 재무제표상 매출도 줄어들게 된 것이다.

종합화학기업인 듀폰은 지난 3분기 유럽 내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 감소했지만, 달러로 환산한 매출액은 15%가 떨어졌다고 발표했다.

◆ 다국적 기업들, 유럽 내 공장가동ㆍ판매 중지 검토

전문가들은 당분간 해외 판매 비중이 높은 다국적 기업들의 부진이 이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들 기업이 매출의 20~25%를 차지하는 유럽 내 사업을 아예 중지하고, 미국 내수에 집중하는 추세기 때문이다.

WSJ는 전문가를 인용해 "다음 주 중 실적을 발표하는 포드, GM 등 자동차 업체들은 다른 업종보다 더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포드는 최근 유럽 지역 판매부진으로 영국ㆍ벨기에 등 유럽 내 3개 공장의 가동을 중단할 예정이다. 포드는 올 한해 유럽 지역에서만 15억달러가 넘는 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GM 역시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벨기에 공장을 폐쇄하기로 했다. 공장 가동을 중지하게 되면, 유지비는 동일하게 들어가지만, 전체 생산 대수는 줄어들기 때문에 기업의 단기 실적에 악재로 작용한다.

건강·위생용품 업체인 킴벌리 클락은 지난 24일 이탈리아를 제외한 서유럽과 중부 유럽에서 자사 제품 판매를 중지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유럽의 경제위기가 향후 더 나빠질 수 있다고 예상한 것이다.

뉴욕 플래티넘 파트너의 유리 랜더만 회장은 "미국 내 경기가 완만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유로존 경기는 살아날 줄 모른다"며 "미국 대선, 중국의 권력승계 등 다양한 이슈가 있지만 유로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해외 매출이 높은 기업들의 매출이 회복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