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엔 있지만 한국엔 없는 것, 바로 '학문 분야 노벨상 수상자'다. 노벨상은 노벨재단이 △물리학 △화학 △생리학·의학 △문학 △평화 등 5개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공헌한 이를 선정, 매년 수여한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0년 김대중(1924~2009) 전 대통령이 평화상을 받은 걸 제외하면 노벨상 수상자가 없다. 반면, 일본은 올해 생리학 분야 수상자 야마나카 신야(50) 교토대 iPS세포연구소장을 비롯해 역대 학문 분야 노벨상 수상자가 18명이나 된다.

자녀가 유난히 과학에 관심을 보인다면 누구나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해볼 것이다. '우리 아이도 노벨상에 도전해볼 수 있지 않을까?' 이와 관련, 지난 22일 '꿈나무 과학자' 김찬영(경기 용인 구성초등 5년)군과 어머니 최수정(38)씨가 이영희(57) 기초과학연구원 단장(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을 찾았다. 기초과학연구원은 기초과학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교육과학기술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내에 설립된 정부 출연 기관. 인터뷰는 이 교수의 연구실이 위치한 성균관대 수원캠퍼스에서 이뤄졌다.

◇"한국인 노벨상 수상자, 적어도 10년 이내 배출"

이영희 교수(왼쪽)가 자신의 연구 공간인 나노튜브 및 나노복합구조 연구센터 실험실에서 최수정·김찬영 모자(母子)에게 나노과학 관련 얘길 들려주고 있다. 이영희 교수가 학부모에게 추천하는 과학 교양 도서 ①물리열차를 타다 (조지 가모브 글, 승산) ②코스모스 (칼 세이건 글, 사이언스북스) ③현대과학신서 전집* (와타나베 마사오 외 글, 전파과학사) *: 절판 도서(도서관에선 열람 가능)

이 교수가 지난 8일 단장으로 임명된 기초과학연구원은 국내 최초의 기초과학 전문 연구기관이다(그간 설립된 연구소는 대부분 응용과학 분야 연구에 치중해 왔다). 올해 정부가 기초과학연구원에 투입한 예산은 1600억원에 이른다.

현대모비스 과학영재 교육 프로그램 '노벨 프로젝트 주니어 공학교실'에 참여하고 있는 김군이 이 교수에게 던진 첫 번째 질문의 주제는 역시 '노벨상'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노벨상 수상자가 나올 수 있을까요?" 이 교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제 또래 과학자 중 (한국인 노벨상 수상자가) 나온다면 그건 기적이죠. 우리나라 과학 연구는 불과 60여 년 전인 6·25전쟁 직후에야 시작됐으니까요. 하지만 10년 후쯤이라면 기대해볼 만합니다. 한국의 과학 수준은 경제 개발 속도만큼이나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거든요. 실제로 과학기술논문색인(SCI)급 논문 수로만 따지면 우리나라는 이미 세계 12위권 수준이죠."

이 교수는 "한 나라의 과학 연구가 발전하려면 그에 상응하는 국가적 투자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이 노벨상 수상자를 여러 명 배출할 수 있었던 건 국가 차원에서 '노벨상 수상자감 과학자'를 발굴, 연구 예산을 지원해준 덕분이에요. 다소 늦긴 했지만 우리나라도 기초과학연구원을 중심으로 다방면의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저 역시 이번에 기초과학연구원 단장이 되면서 큰 예산(연간 100억 원)을 지원받게 됐죠."

◇부모 역할은 '교사' 아니라 '기다려주는 사람'

이날 최씨는 "내가 아이 과학 공부에 별 도움이 못 되는 것 같다"는 고민을 털어놓았다. 이에 대한 이 교수의 대답은 명쾌했다. "부모가 직접 자녀에게 과학을 가르칠 필요는 없어요. 만약 찬영군 방이 제 연구실처럼 지저분하다면 어머니는 방을 정리해주고 싶겠죠. 하지만 정말 찬영군을 위한다면 아이가 직접 청소할 때까지 기다려주세요. 과학자에게 필요한 으뜸 자질은 '자주성'입니다."

이어 이 교수는 최씨에게 '체험학습'과 '운동', '인성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창의성은 곧 다양성입니다. 역대 노벨상 수상자는 '3개국 이상 문화를 접한 경험이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어요. 많은 일을 겪어본 사람은 이해의 폭도 넓어지게 마련이거든요. 찬영군이 세계적 연구자가 되길 원한다면 반드시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도록 도와주세요. 저 역시 고교 시절 유도 선수로 활약하며 다져둔 체력이 없었다면 끝없이 이어지는 밤샘 연구를 버텨내지 못했을 거예요. 단, 축구 같은 '팀 스포츠'보다는 (수시로 즐길 수 있는) 1·2인용 스포츠가 유용합니다. 마지막으로 과학자는 어떤 경우에도 정직해야 합니다. 늘 '연구 결과 조작'의 유혹에 노출돼 있거든요. 틈날 때마다 찬영군에게 인성의 가치를 가르쳐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