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들을 못 믿겠다."
재정적자 문제가 심각한 일본이 해결방안 모색에 나섰다. 주체는 정치권이 아닌 금융회사들이다. 정치인들이 여야간 힘겨루기로 우왕좌왕하자 채권딜러들이 팔을 걷어 붙인 것.
파이낸셜타임스(FT)는 25일(현지시각) "일본 재무성이 일본 은행과 보험사로 구성된 채권 딜러들과 함께 재정 적자 해결을 위해 긴급회의를 갖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회의는 채권 딜러들의 요청으로 열리게 됐다. 딜러들은 "일본 정치권의 대립이 투자자들에게 심각한 우려를 낳게 하고 있다"며 "해결책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일본 정치권은 올해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정부가 38조3000억엔(4790억달러)의 추가 채권을 발행하는 법안을 놓고 불화를 빚고 있다. 법안에 반대하는 일본 제1야당인 자유민주당을 비롯한 야당들은, 찬성 조건으로 노다 요시히코 총리가 약속했던 총선거 이행을 내걸었다.
하지만 지지율이 바닥을 친 노다 총리는 총선거가 시행될 경우, 자신이 속한 민주당이 여당의 지위를 잃게 될 것을 우려해 구체적인 선거 날짜를 밝히지 않고 있다.
재무성도 정치적 분쟁에 대한 우려에 동참했다. 일본 재무성 고위 관리는 FT와의 인터뷰에서 "11월 말까지 법안이 통과되지 못한다면 매우 심각한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본 정부는 976조엔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빚을 지고 있다"며 "입법이 되지 않는다면 국채 발행을 사상 처음으로 중단해야 할 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국채 판매가 지연되면 국고가 바닥날 수도 있다.
일본 국채 시장은 이미 불안한 신호를 나타내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단기와 중기 국채는 아직 안정적이지만, 장기물로 갈수록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국채 10년물과 20년물의 금리차(스프레드)는 1% 가까이 벌어진 상태다. 국채 금리가 오르면 수익률을 비롯해 수요가 감소하기 때문에, 딜러들의 우려가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일본 경제의 경착륙 위험도 존재한다고 전망했다. 인시 준 모간스탠리 리서치전략가는 "일본 정치권의 예산안 도입 분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며 "하지만 그동안 낙관적으로 바라봤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경착륙과 같은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