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출신 마르탱 프로보스트 감독의 '롱 폴링'(25일 개봉·청소년 관람불가)은 시소 같은 영화다. 남편의 학대 속에서 32년을 살던 여성이 남편을 죽이고 자유를 찾아 떠난다는 내용. 영화는 주인공에 대한 연민과 비난의 감정을 동시에 불러일으키며 관객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로즈(욜랭드 모로)는 벨기에의 한 시골 마을에서 밤마다 자신을 때리는 남편과 단둘이 산다. 참다 못한 로즈는 어느 날 남편을 자동차로 치어 죽이고 수사망을 피해 브뤼셀에서 사는 아들 토마스(피에르 모레)에게 간다. 하지만 남편의 사망사고를 조사하는 경찰과 기자가 로즈를 압박해온다. 급기야 토마스 역시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된다.
영화는 관객에게 "로즈가 남편을 죽인 행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를 묻는다. 여기에 답하려면 관객은 "로즈는 왜 남편을 죽였을까?"를 생각해야 한다. "널(아들) 위해 모욕을 견디며 남아 있었다" 등 아들과 주고받는 로즈의 대사는 중요한 단서다. 이것만 보면 로즈는 폭력적인 남편으로부터 아들을 영원히 해방시키려 했던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영화 후반 로즈의 도주 장면이나 "남편은 나 없이는 혼자서 아무것도 못한다"는 대사를 보면 또 다른 답도 가능해진다. 해석이 열려 있는 덕에 영화는 풍성함을 얻는다.
2009년 천재 여류화가의 인생을 그린 영화 '세라핀'을 함께 만들었던 프로보스트 감독과 모로의 호흡은 여전히 좋다. 특히 아무런 대사 없이 표정만으로도 감정을 충실하게 전달하는 이 벨기에 출신 59세 여배우의 관록이 돋보인다.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관객이 로즈에게 공감하는 것은 정상적이지만 로즈가 희생자로만 여겨지지 않도록 신경 썼다"고 했다. 하지만 그 표현 방식은 아쉬움을 남긴다. 로즈의 처지에 공감하는 인물과 비난하는 인물이 영화에서 너무 기계적으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포인트!]
#대사 "뭐 하러 그렇게 오래 참았어요? 그 모든 모욕을 견뎌가면서…"(로즈에게 아들이 하는 말. 어머니에 대한 애틋함과 비난이 모두 담겨 있다.)
#장면 세 차례 목욕신에 나오는 로즈의 각기 다른 표정들(표정으로 불안, 안도, 죄책감을 전달한다.)
#이런 분들 보세요 영화를 본 뒤, 영화를 주제로 대화하고 싶은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