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후보가 과연 대통령이 될 수 있을까? 새누리당의 정권 재창출보다 정권 교체를 바라는 사람이 훨씬 많은 게 지금의 상황이다. 제1야당 민주통합당의 대통령 후보인 문재인이 가장 유리한 위치에 있어야 자연스럽다. 그러나 '빅 3'의 경쟁에서 그는 줄곧 3위다. 훌륭한 인품과 청렴한 이력에다 60년 정통 야당 민주당의 조직을 업고 있음에도 안철수 무소속 후보에게 밀려 확고한 존재감을 증명하지 못하고 있다.

도대체 왜 그러는 걸까? 제일 중요한 요인은 '과거와 미래의 대결'로 짜여가는 대선 구도에서 문재인이 과거에 속하는 존재로 여겨지는 데 있다. 18대 대선의 큰 틀에서 박근혜는 과거를 상징하고 안철수는 미래를 대표한다. 정수장학회 문제를 계기로 박 후보는 자신의 정체성에 내재된 과거성(過去性)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그녀는 고유의 정치적 역량에다 보수 진영의 힘이 더해진 강력한 대선 주자로서 안정적 리더십에 대한 기대를 충족시킨다. 이에 비해 안 후보는 모호하고 어지럽긴 하지만 변화를 대변한다. 불임(不姙) 정당으로 추락한 두 거대 정당을 넘어 복지와 공정의 시대정신에 맞게 한국 사회를 바꿀 새로운 미래로 비치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가 박정희 시대로 압축되는 '먼 과거'의 딸이라면, 문재인은 노무현 시대라는 '가까운 과거'의 아들이다. 한국 현대사에 끼친 박정희 패러다임의 막대한 영향력 때문에 그 잔상(殘像)조차 요란한 대표적 사례가 정수장학회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먼 과거보다는 가까운 과거를 더 생생하게 기억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발언 논란이 문 후보에게 더 큰 타격을 주고 있는 배경이 여기에 있다.

박정희와 노무현이 대리전을 벌이는 지금의 모습은 한 걸음 떨어져 있는 안철수 후보에게 어부지리만 안겨준다. 먼 과거가 가까운 과거와 멱살잡이 소모전을 벌일 때 미래에 대한 기대가 부각되는 건 자연스러운 이치다. 문재인 후보가 이런 함정을 벗어나는 유일한 길은 과거의 그림자를 떨쳐버리는 데 있다. '빅 3' 가운데 만년 3위인 상황이 11월까지 지속되면 상황이 급격히 어려워질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노무현의 독선(獨善)을 연상시킨 국립묘지에서의 선택적 참배는 첫 단추를 잘못 끼운 악수(惡手)였다. '참배정치'에서 안 후보의 통합 행보와 선명히 대조되는 지점이다.

문재인이 대통령이 되려면 과거에서 미래로 넘어가야 하며, 세 가지 기초적인 문제를 하루빨리 해결해야 한다. 첫째, '노무현 아바타' 이미지를 극복해야 한다. 노무현을 사랑하는 열혈 지지층이 있지만 그들은 전체 유권자 가운데 소수다. 노무현의 진정성을 기억하면서도 그 정치적 미숙함과 좌충우돌이 재현되는 것을 꺼리는 사람도 많다. "정치인 문재인은 정치인 노무현을 넘어서겠다"고 한 문 후보의 약속은 아직 실현되지 않았다.

둘째, 대선 캠프의 과감한 인적 혁신이 필요하다. 문 후보 캠프를 친노(親盧) 패권주의가 장악했다는 비판은 특히 치명적이다. 친노 인사 몇몇의 2선 후퇴에 대해 조국 서울대 교수는 "문재인, 팔뚝을 잘랐다"고 높이 평가했지만 친(親)민주당 지식인의 자화자찬으로 들릴 뿐이다. DJ의 집권을 눈앞에 둔 동교동계 인사들이 "임명직에 나서지 않겠다"고 했을 때의 비장감에 훨씬 못 미친다.

셋째, 인물과 정책 차원에서 민주당의 전면적 쇄신이 필수적이다. 이는 정치적 봉건 영주 같은 노회한 정치꾼들이 담합해 당심(黨心)과 민심의 괴리를 가져온 민주당이 범야권 지지층의 대표성을 회복할 유일무이의 방안이다. 문 후보는 국민적 불신의 대상인 이해찬·박지원 체제를 혁파(革罷)하고 시민 친화적이고 생활정치 지향적인 민주당으로 바꾸는 결단력을 입증해야 한다. 참모형 정치인의 틀을 벗지 못한 문 후보에겐 지난(至難)한 일이지만 이 세 가지 과제는 그가 리더형 정치인으로 업그레이드되기 위해선 맨 먼저 충족해야 할 필요조건에 불과하다.

아무리 좋은 정책을 내놓아도 정치적 존재감이 희박한 정치인은 주목받지 못한다. 나름의 리더십과 매력을 갖춘 박근혜와 안철수를 떠받치는 존재감의 근원은 본선 경쟁력이다. 리더십과 매력이 부족한 데다 본선 경쟁력까지 뒤처지는 구도는 문재인에겐 필패(必敗)의 시나리오다. 선거 캠프와 민주당을 혁신하고 노무현을 넘어선다고 해도 '문재인이 대통령 되는 법'의 첫 걸음을 디딘 것일 뿐이다. 하지만 첫걸음 없이 천릿길을 가는 건 불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