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홍식 서울대 법대 교수

MB 정부가 임기 말에 국민에게 큰 선물을 하였다. 우리나라가 '환경분야의 세계은행'으로 불리는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을 유치한 것이다. GCF 사무국 유치 소식이 전해지자 유치지인 인천 송도는 축제 분위기란다. 시민들이 빛 좋은 개살구였던 송도가 명실상부한 국제도시로 소생할 호기(好機)라고 생각한 것이다. 정부 관계자들도 GCF 유치 효과에 대하여 장밋빛 전망 일색이다. '초대형 글로벌 기업 하나'라는 메타포에서 '매년 3800억 정도의 경제적 효과'라는 구체적 숫자에 이르기까지 표현도 다양하다.

우리는 GCF 사무국이 주최하는 국제행사로 서비스 산업의 수요가 증가하는 '컨벤션 효과' 정도로 만족할 수는 없다. 우리나라가 이를 계기로 적어도 '세계 녹색 금융의 허브'가 되도록 목표를 높게 정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GCF 사무국 유치의 허와 실을 정확히 인지하여야 한다.

사실 GCF는 아직 '가능성'일 뿐이다. 먼저 직시해야 할 사실은 GCF의 재원 규모가 확정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GCF 설립을 승인한 2010년 칸쿤 합의는 선진국들이 '2020년까지 연간 1000억달러를 조성해 개발도상국의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적응을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이 약속이 매년 1000억달러씩 2020년까지 조달한다는 것인지, 아니면 2020년에 이르러 비로소 연간 조달액을 1000억달러에 이르게 한다는 것인지에 관하여 논란 중이다. 또 이 재원 모두가 GCF 기금이 될지도 확실하지 않다. 게다가 칸쿤 합의 자체는 어디까지나 목표일 뿐이다. 기후변화의 위중함과 그 대응의 필요성에 대해 지구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곤 하지만 미국과 EU의 재정난을 극복할 정도로 공고한지는 의문이다. 게다가 GCF 기금 조성을 위해 누가 얼마나 낼지에 관한 합의도 전무하다.

GCF가 가진 가능성의 실현 여부와 정도는 우리나라의 향후 행보에 달려 있다. 기후변화를 둘러싼 선·후진국 사이의 다툼은 결국 그 소요 재원을 누가 조달하느냐 하는 재정 문제로 요약할 수 있다. GCF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고안된 국제기구인데, 그 성공의 관건은 선·후진국 모두가 교감할 수 있는 형태로 GCF 기금의 조달과 운영 방식을 고안해낼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현재 선진국은 시장 메커니즘을 통한 재원 조달과 개도국의 재원 사용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조하는 반면, 개도국은 선진국의 추가적·의무적 재원 조달과 그에 대한 모니터링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양자의 요구가 균형 있게 반영될 수 있도록 GCF 기금의 조달과 운영방식을 만들어내야 한다. 또 기후변화 대응에 필요한 재원의 규모나 어려운 세계경제를 생각하면, 민간 부문의 재원이 GCF로 유입되도록 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현재 엄청난 자금이 신흥 경제 대국의 에너지 시장에 투자되고 있는데, 정부는 이러한 자금을 GCF의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모색하여야 할 것이다. 국제기구의 재정에 관한 깊은 연구가 필요한 까닭이다.

GCF 사무국의 조직과 운영에서 우리나라의 입지가 확립되도록 하는 것도 놓칠 수 없는 과제이다. GCF 사무국은 개도국이 신청한 감축·적응 프로젝트를 선별하고 지원하는 업무를 맡게 되는데, 이를 위해 필요한 인력자원을 파악하고 국내에서 공급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GCF 사무국이 원활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정비할 필요도 있다. 이런 법제도적 정비는 향후 기대되는 유관 국제기구의 유치와 녹색금융의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선·후진국 사이의 가교(架橋) 역할을 자임해 온 우리나라의 '그린(Green) 리더십'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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