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성적으로 서울대에 어떻게 가니?" "(수시에 붙어도) 최저학력 기준이나 맞출 수 있겠어?" 박지수(19·서울대 과학교육계열 1년)씨는 고 3이던 지난해 3월까지만 해도 학교에서 이런 얘길 들었다. 전교 1등인 내신과 달리 모의고사 성적이 턱없이 낮았기 때문이다. 언어 영역은 줄곧 1등급이었지만 수리 '가' 형(이하 '수리') 영역과 외국어 영역은 3등급 이내에 들지 못할 때가 잦았다. 내신 역시 전교 1등이긴 했지만 3년 평균 1.2등급(전 과목 기준)으로 서울대 합격을 장담할 수준은 아니었다.
"'지역균형선발 제도'가 있으니까 내신 1등을 유지하면 제게도 서울대 지원 기회가 있다는 걸 알았어요. 하지만 주변에서 '넌 (서울대) 못 간다'고 얘기하는 바람에 고교 시절 내내 '서울대에 가고 싶다'는 말조차 제대로 못 꺼냈죠. 원서를 쓸 때도 '(굳이 서울대에 가려면) 가장 낮은 학과에 지원하라'는 말을 들을 정도였으니까요. 주변 반응이 어떻든 전 확신을 가지려고 노력했어요. 특히 지난해부터 서울대 입시 요강이 달라진 점에 주목했죠. 내신 100%로 1단계 합격생을 가리던 방식에서 입학사정관이 내신·서류·면접을 종합 평가하는 방식으로 바뀌었거든요. 그만큼 (다른 지원자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내신이 약한) 제게 기회가 더 생긴 거라고 생각했어요."
◇성적 향상 제1원칙 '아는 문제 안 놓치기'
박씨는 지난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에서 고교 시절을 통틀어 최고 성적을 거뒀다. 좀처럼 오르지 않는 성적에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근성 덕을 톡톡히 본 것. 특히 수리 영역은 지난해 3월 모의고사 당시 4등급을 받을 정도로 고전했지만 이후 하루 공부 시간의 50%를 수학에 투자하며 공을 들였다.
"수학의 경우, 고 2 때까진 교과서와 익힘책만 공부하면서 기본 개념부터 탄탄하게 잡았습니다. 틀린 문제는 따로 모아두고 문제를 보자마자 풀이법이 떠오를 때까지 몇 번이고 반복해 공부했어요. 수능 기출문제는 3학년에 올라가면서 풀기 시작했어요. 기출문제집은 단원별로 3·4점짜리 문제가 구분된 걸로 골랐죠. 2·3점짜리 문제는 교과서 개념과 익힘책 문제만 충실히 공부해도 정복할 수 있었지만 (사고력을 요구하는) 4점짜리 문제가 늘 발목을 잡았거든요. 그래서 '교과서·익힘책 공부→3점짜리 문제 풀이 연습→4점짜리 문제 풀이 도전'의 순서로 실력을 키웠습니다." 그는 "수학을 '내신 대비용'으로만 공부해 온 고교생이라면 반드시 나와 같은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그래야 개념을 문제에 적용·응용하는 방식을 익힐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씨는 오답노트의 효과적 활용 수단으로 '포스트잇(접착식 메모지)'을 추천했다. 오답노트에 적은 문제와 핵심 개념이 쓰인 개념서 부분에 같은 색 포스트잇을 붙이는 방식이다. 이렇게 해두면 개념서를 보다가 포스트잇 부착 부분이 나왔을 때 오답노트를 꺼내 해당 개념과 관련해 틀린 문제를 확인할 수 있다. "3학년 3월 모의고사 수리 영역에서 4등급에 머문 결정적 요인은 시간 안배 실패였어요. 모의고사 해설 강의에서 '풀 수 있는 문제만 골라 시간 내에 푸는 것도 중요한 능력 중 하나'란 얘길 듣고 그간의 제 문제 풀이 방식을 반성하게 됐죠. 이후 쉬운 문제, 잘 아는 문제부터 빨리 풀어내는 훈련에 집중했어요."
◇"합격 가능 대학 골라내는 '눈'도 필요해요"
박씨의 합격엔 '선택과 집중' 전략이 한몫했다. 그는 대학 지원 시 '내 성적으로 합격할 수 있는 대학'을 골라내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특히 '우수한 내신'을 무기로 각 대학의 학교생활기록부(이하 '학생부')우수자 전형을 공략했다. 이때 대학별 내신 평가방식도 꼼꼼히 따졌다. 대학별 평가방식에 따라 자신의 내신이 최고 1.2부터 최저 1.47까지 차등 산출됐기 때문. "자기 성적을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고 합격을 낙관하는 수험생이 꽤 많아요. 그러면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맞추지 못해 불합격하기 십상이죠. 저 역시 그 때문에 '2개 영역 이내 2등급' '3개 영역 등급 합 6 이내' 수준을 요구하는 대학에만 지원했습니다."
면접 형태도 꼼꼼히 살폈다. 고교 교과 범위를 넘는 심화 구술면접이 이뤄지는 대학엔 아예 지원하지 않았다. 사교육 경험이 전무해 수리논술·구술면접 준비엔 취약하다고 판단했기 때문. "제 강점에 맞춰 학생부우수자 전형을 노리면서 논술보다 내신·모의고사 공부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학생부우수자 전형이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바뀌는 추세였기 때문에 교내 대회가 열릴 때마다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스펙도 쌓았어요."
박씨는 자신의 대입 성공 비결 중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자세'를 으뜸으로 꼽았다. 그에 따르면 '수능 최저학력 기준만 맞춘다'는 생각으로 한두 영역을 버리는 건 '재수로 가는 지름길'일 뿐 아니라 '정시'란 또 하나의 기회를 지레 포기하는 행위다. "최선을 다하는 태도는 학교 생활에서도 굉장히 중요해요. 전 중 3 때 특목고 입시에 떨어진 데다 원하는 고교에도 배정 받지 못했어요. 입학 전부터 학교에 대한 불만이 굉장했죠. '왜 이렇게 비교과활동 기회를 안 주는 거지?'라며 원망도 많이 했어요. 하지만 투덜거린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더라고요. '주어진 환경에서 얼마나 최선을 다했느냐'가 대학 합격 여부를 좌우한다는 점, 명심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