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정동의 정수장학회 사무실은 22일 문이 닫혀 있었다. 최필립 이사장은 이날도 출근하지 않았고 기자 몇 명이 문 앞에서 진을 치고 있었다. 최 이사장은 최근 들어 청담동 자택이 아닌 다른 곳에 머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이사회가 개최될 것이란 얘기가 돌았지만 열리진 않았다.

최 이사장은 이날 박 후보가 "상황이 (정수장학회 이사진이) 사퇴를 거부한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면서 자신의 사퇴를 분명하게 압박했음에도 불구하고 "입장 변화는 없다"는 얘기를 주변에 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학회 관계자에 따르면 이사진은 전날인 21일 저녁 서울 모 호텔에서 긴급 회동해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정수장학회 관련 기자회견 문제를 논의하는 이사회를 가졌다. 당시 회의에서 이사진은 퇴진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야당의 공세에 대한 반격에 상당 부분이 할애된 박근혜 후보의 기자회견을 '이사진의 퇴진을 요구한 게 아니다'는 쪽으로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해석했다는 것이다. 정수장학회의 명칭 개정도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리진 않았다고 한다. 최 이사장은 21일 이사회 직후 가진 언론 인터뷰에서 "2014년까지 제 임기를 끝까지 지키겠다"고 했다.

박 후보의 한 측근은 22일 "어제 박 후보가 '정수장학회 운영에는 문제가 없다'고 한 것은 이사진이 사퇴를 결단하도록 자리를 깔아준 것"이라고 했다.

박 후보는 '보다 더 직접적으로 사퇴를 요구하라'는 참모들의 조언에 "그러면 정당이 공익재단을 좌지우지하는 나쁜 선례를 남긴다"며 거절했다고 한다.

최 이사장 사퇴를 유도하려는 새누리당의 물밑 작업은 더욱 조심스러워졌다. 22일 당 고위 관계자들이 모인 자리에선 "최 이사장을 자극하기보다는 그쪽 움직임을 좀 더 지켜보고 대응하자"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당 관계자는 "최 이사장이 1979년 박 후보가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할 때 의전비서관을 지냈고 또 박 후보를 각별하게 생각하니 다시 고민하지 않겠느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