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쇼트트랙 황제' 안현수(27·러시아명 빅토르 안)가 러시아 귀화 후 처음으로 국제 대회 정상에 올랐다.

안현수는 22일(한국 시각) 캐나다 캘거리에서 열린 2012~2013 ISU(국제빙상경기연맹) 쇼트트랙 월드컵 1차 대회 남자 1000m 2차 레이스에서 1분24초519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범주 대한빙상경기연맹 경기이사는 "안현수는 코너링과 스케이팅, 코스 장악력 등 여전히 기술적으로는 세계 최고의 선수"라며 "그동안 부상 후유증으로 인한 훈련 부족이 문제였는데 시즌을 앞두고 체력을 많이 끌어올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안현수로선 2007년 월드컵 4차 대회 1500m 우승 이후 5년 만의 월드컵 정상 등극이었다. 2003~2007년 세계선수권 종합우승 5연패(連覇)와 2006 토리노올림픽 3관왕 등의 위업을 이루며 '황제'로 군림했던 안현수는 작년 한국 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한 뒤 러시아빙상연맹의 제의를 받아들여 러시아로 귀화했다.

러시아 대표팀으로 나선 안현수(오른쪽)가 22일 캐나다 캘거리에서 열린 2012~2013 ISU(국제빙상경기연맹) 쇼트트랙 월드컵 남자 1000m 2차 레이스 결선에서 역주하고 있다.

러시아가 자국에서 열리는 2014 소치올림픽에 대비해 안현수를 데려온 효과는 이번 대회 확실히 나타났다. ISU는 월드컵마다 돌아가며 500·1000·1500m 중 한 종목을 골라 1·2차 레이스를 펼치는데 이번 월드컵에서는 1000m를 두 번 치른 결과 블라디미르 그리고리에프(30)가 1차 레이스, 안현수가 2차 레이스에서 금메달을 각각 따냈다. 2011 세계선수권에서 종합 순위 8위에 오르는 등 그동안 눈에 띄는 성적을 남기진 못했던 그리고리에프는 안현수의 러시아 대표팀 합류 후 덩달아 기량이 상승했다. 러시아는 5000m 계주에서도 한국에 이어 2위를 기록하며 '안현수 효과'를 톡톡히 봤다.

안상미 SBS 해설위원은 "지난 시즌 강호 캐나다의 도전을 뿌리치고 세계 최강의 자리를 지킨 한국은 올 시즌엔 안현수를 앞세운 러시아의 폭발적인 성장에 위협을 받고 있다"며 "단거리에서는 이번 대회 500m에서 '마의 40초 벽'을 깨고 세계 기록(39초937)으로 우승한 J.R 셀스키(미국)가 돋보인다"고 말했다.

여자부에선 한국이 라이벌 중국의 자존심을 눌렀다. 한국 여자 쇼트트랙의 희망 심석희(15·오륜중)는 전날 1500m 우승에 이어 22일 1000m 2차 레이스와 3000m 계주에서도 우승하며 3관왕에 올랐다. 심석희와 이소연(1000m 1차 레이스 우승)이 활약한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4개(은 1·동 1)를 따냈다.

반면 중국은 2010 밴쿠버올림픽 3관왕 왕멍(27)이 따낸 500m 금메달 하나로 만족해야 했다. 작년 대표팀 훈련 도중 술을 마시고 코치진과 싸움을 벌여 자국 연맹으로부터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던 왕멍은 지난달 징계가 풀려 이번 대회에서 복귀전을 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