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평생 열심히 사신 부모님들 덕분에 저희가 이렇게 행복하게 결혼합니다."

21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법원종합청사 예식장. 하객 1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신랑·신부가 양가 어머니에게 '세계 최고 엄마'라고 적힌 금메달을 전달했다. 부부가 직접 주문·제작한 것이다. 아버지들에겐 해외여행 상품권을 선물했다. 모두 예단 비용을 생략해서 마련했다. 하객들 사이에서 "젊은 애들이 참 기특하다" "혼주들이 부럽다"는 얘기가 나왔다.

김금래 여성가족부장관 주례… 21일 서울 서초동 서울법원종합청사 예식장에서 김금래 여성가족부 장관이 ‘100쌍 캠페인’에 참여한 박찬하·김보람씨 주례를 서고 있다.

이날 결혼한 신랑·신부는 박찬하(30·중고차 딜러)·김보람(27·공무원)씨 커플. 경희대 선후배 사이인 이들은 사랑을 키워나간 2008년부터 매달 50만원씩 모았다. 두 사람의 이름을 따 '보람찬 하루'란 통장을 개설하고 4년 동안 1500만원을 모았다. 열심히 공부해 장학금을 탔고 커피숍에서 아르바이트도 했다. 둘은 그 돈으로 결혼식 비용을 마련하고 틈틈이 양가 부모와 뮤지컬 공연을 관람하기도 했다.

김씨는 "부모님이 대학까지 뒷바라지해줬는데 결혼식 비용까지 손 벌릴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며 "큰돈은 아니지만 '작은 결혼식'을 올리겠다는 둘 사이의 약속을 끝까지 지켜 뿌듯하다"고 말했다.

평소 공연을 같이 보며 친해진 양가 부모들도 "허례허식보다 서로 위하고 아끼면서 만들어 가는 결혼식이 더 가치 있다"며 자녀의 '작은 결혼식'을 대견해했다.

신혼집도 부부가 사업과 아르바이트를 하며 모은 1억5000만원으로 경기 김포 한강신도시에 마련했다.

김씨 커플은 본지와 여성가족부가 '자기 힘으로 의미 있는 결혼식을 치르자'는 취지로 지난 3월부터 펼친 '100쌍 캠페인'에 우수 사례로도 선정됐다. 100쌍 캠페인에 선정된 젊은이들을 응원하기 위해 지난달엔 김황식 국무총리가 주례를 섰고 이날은 김금래 여성가족부장관이 나섰다. 김 장관은 "이런 기특한 젊은이들이 자기 힘으로 의미 있는 결혼식을 올릴 수 있도록 정부가 결혼식장을 개방하는 등 지속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천자토론] '작은 결혼식' 올리는 사회가 되기 위해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