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갈매기' 노랫소리가 3회 말 사직구장에 울려 퍼졌다. 롯데가 한 점을 추가하며 3―0으로 달아나자 팬들이 일찌감치 기분을 낸 것이었다.

안방 팬들의 예감이 맞았다. 롯데는 19일 프로야구 플레이오프(5전3선승제) 3차전에서 SK를 4대1로 물리치고 1패 뒤 2연승 했다. 남은 두 경기 중 1승만 추가하면 1999년 이후 13년 만에 한국시리즈에 오른다. 4차전은 20일 오후 2시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롯데는 이번 포스트 시즌 들어 처음으로 초반에 먼저 점수를 내고, 끝까지 리드를 지키는 완벽한 흐름으로 경기를 지배했다. 양승호 롯데 감독은 "타선이 폭발해 이긴 것은 오늘이 처음이라 흐뭇하다"면서 "여기까지 왔는데 5차전은 없어야 한다. 4차전엔 유먼을 빼고 송승준까지 모두 투입하겠다"라고 말했다. 이만수 SK 감독은 "타자들이 힘을 낸다면 아직 희망은 있다고 본다"라면서 "4차전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타순 변화도 생각해 보겠다"라고 말했다.

롯데 전준우 '5번 징크스'를 깨다

롯데 타선은 1회 말부터 SK 선발투수 송은범을 두들겼다. 선두 타자 김주찬이 안타를 치고 도루에 성공했다. 2번 박준서의 중전 안타로 무사 1·3루 기회를 만들었고, 손아섭의 적시타로 선취 득점했다. 이어진 1사 1·2루에서 5번 타자 전준우가 좌전 안타를 때려 다시 한 점을 뽑았다. 롯데는 2차전까지 5번 타순에서 8타수 1안타로 부진했다. 포스트 시즌 병살타 5개 중 4개가 5번 타순에서 나왔다. 하지만 이날은 양승호 감독이 박종윤을 5번에서 7번으로 내리고, 6, 7번을 치던 전준우를 5번으로 올리는 타순 조정으로 지긋지긋하던 징크스를 깼다.

롯데, SK 보크와 실책으로 쐐기 득점

롯데는 3회 말에 승기를 잡았다. 1사 후 홍성흔이 유격수 실책으로 출루하고, 투수 보크로 2루를 밟았다. 홍성흔은 2사 후 강민호의 중전 안타 때 과감한 홈 슬라이딩으로 세 번째 점수를 올렸다. 그가 그라운드에 드러누운 채 환호하는 사이 롯데 팬들의 응원 애창곡인 '부산 갈매기'가 다시 한번 사직구장을 뒤흔들었다.

3―0으로 앞서던 6회 말엔 행운까지 찾아왔다. 2사 1루에서 문규현이 SK의 두 번째 투수 박정배의 공을 받아쳤다. SK 우익수 조동화가 무난히 처리하는 듯했는데, 타구가 공중에서 조명 불빛과 겹쳐 공을 놓치고 말았다. 결국 타구는 조동화의 머리 위로 넘어가면서 2루타가 됐다. 이 틈에 롯데 1루 주자 황재균이 홈으로 들어오면서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고원준과 강영식, 믿음 보답한 호투

롯데 투수진도 기대 이상으로 활약했다. 선발 고원준이 5와 3분의 1이닝을 무실점으로 호투했고, 6회 1사 1·3루에서 마운드에 오른 김성배도 위기를 넘기면서 8회 2사까지 1실점으로 막았다. 2차전에서 중간 계투로 나와 MVP에 올랐던 김성배는 다시 롯데 마운드의 허리 역할을 해냈다. 고원준·김성배에 이어 강영식이 4―1로 쫓기던 8회 2사 2루 상황에서 등장, 9회까지 무안타로 마무리했다. 롯데는 불펜 에이스 정대현이 왼쪽 무릎 통증으로 출전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세 명의 투수로 SK 타선을 봉쇄하는 데 성공하며 투수진의 힘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