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53) 전 통합진보당 공동대표의 딸 수진(22)씨가 여성주의 학생 사회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며 서울대 사회대 학생회장을 사퇴했다.
유씨는 한 서울대 여학생으로부터 "남학생의 줄담배 피우는 행위로 말미암아 '성폭력'을 당했다"는 신고를 받았지만, "이는 성폭력이 아니다"는 결론을 내렸다가 서울대의 다른 학생 단체들로부터 비판을 받아왔다.
 
18일 유씨가 사회대 학생회 등에 발표한 사퇴의 변을 보면, 유씨는 학생회장직 사퇴 의사를 밝히며 "저는 학생회칙에 대한 학생사회의 해석에 따르면 성폭력 2차 가해자에 해당하는 행위를 했지만, 이를 사과하고 시정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유씨는 자신이 "회칙을 위반했으며, 회칙 위반이 명백하게 의도적"이라며 "시정이 가능하지만 시정을 거부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서 "이는 제가 직무에 맞는 책임을 다할 수 없음을 의미하며, 학생 사회의 사회적 합의를 준수하고 학생 사회에 정치적 책임을 질 생각이 없는 사람이 학생회 대표를 맡아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즉, 자신은 학생 사회의 회칙에 대한 해석을 받아들일 수 없어 학생회장을 사퇴한다는 뜻이다.
 
유씨는 이와 함께 자신이 '성폭력의 2차 가해자'가 된 사건의 경위를 설명했다.
사건은 지난해 3월 서울대 여학생 A(21)씨가 B(21)씨로부터 '담배를 피움으로써 남성성을 과시하고 여성인 자신을 심리적으로 위축시키는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A씨는 사회주의 관련 단체에 속한 B씨의 사과를 요구하며, 같은 단체 소속인 유씨에게 사건을 신고했다. 유씨는 A씨와 B씨의 이야기를 듣고, "B씨가 잘못하긴 했지만, 성폭행은 아니다"란 결론을 내려 두 사람을 화해시키려 했다.
 
그러나 A씨는 오히려 유씨의 이런 행위가 '성폭행의 2차 가해'라고 주장했다. B씨의 행동에 자신이 피해를 느꼈고, 당사자가 피해를 받았다고 느낀다면 '피해자 중심주의에 의해' 폭력이 될 수 있다는 논리였다. 두 사람은 말다툼을 벌였다. 유씨는 A씨가 SNS 등을 통해 자신을 비난하기도 했다고 한다.
 
A씨는 이후 다른 학생 단체에 유씨의 행위를 일방적으로 비난했고, 다른 단체의 C씨는 유씨에 대해 '수진은 여성 마초, 명예 남성이다'라고 비난했다. 여성주의 단체 등이 주도적으로 유씨가 회장으로 있는 사회대 학생회를 비난하고 '유씨가 하는 학생회 일은 믿을 수 없다'고 나서게 됐다. 유씨는 이 때문에 사회대 활동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유씨는 이런 과정을 겪으면서 심각한 우울증에 빠졌고 "스트레스로 인해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할 만큼 건강이 악화됐다"고 전했다.
 
유씨의 사퇴를 불러오게 된 갈등의 전말이 공개되면서, 서울대 학생들 사이에서는 성폭력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봐야 하는가에 대한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