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성수 전 대구대 교수의 큰딸은 2003년 시댁 뒷마당에서 결혼한 뒤 들러리들과 기념사진을 찍었다(왼쪽).

배성수(68) 전 대구대 물리치료학과 교수 부부는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간 4남매를 출가시켰다. 아들 둘, 딸 둘을 결혼시키는 데 총 4000만원이 들었다. 네 번의 결혼식에 온 하객을 모두 합쳐도 500명이 넘지 않았다.

배 전 교수 부부는 37년 전 결혼할 때, 신혼집을 사주겠다는 부모의 제안을 사양하고, 두 사람 힘으로 신혼집을 마련했다. 부인 장정희(60)씨는 "부모님이 그동안 키워주신 것도 모자라 집까지 받는 것은 자식 된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결혼식 역시 양가 의견을 모아 가까운 친척과 친구만 초대하고 폐백과 식사 대접을 생략했다. 배 전 교수는 "결혼식은 당사자에게나 하객에게나 기쁜 행사가 돼야지, 부담을 느끼게 해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면서 "자식들을 키우면서도 나중에 간소하게 결혼시키겠다고 늘 다짐했다"고 말했다.

부부는 첫째 딸이 2003년 결혼식을 올릴 때 그 다짐을 지켰다. 큰딸은 미국인 남편과 시댁 뒷마당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결혼식은 오후 3시에 가족과 친구들만 모인 가운데 열렸고, 식이 끝난 뒤 3시간 동안 하객들이 한식 뷔페를 즐기며 덕담을 나눴다.

5년 뒤 결혼한 둘째 딸은 교회에서 식을 올렸다. 둘째 딸은 언니가 결혼할 때 입었던 드레스를 물려받아 다시 입었다. 이때도 양가가 의논해 가까운 친척과 신랑·신부 친구, 같은 교회 신도들만 초대했다. 초대받은 사람들이 각자 자기가 잘하는 요리를 한두 가지씩 준비해 와서 나눠 먹었다. 부인 장씨는 "작은 결혼식의 좋은 점이 바로 재미있는 추억이 많이 남는다는 점"이라고 했다.

2008년 결혼한 둘째딸은 언니 드레스를 물려받아 다시 입었다. 배 전 교수, 둘째딸, 사위, 부인 장정희씨(왼쪽부터)

두 아들도 대학 동문회관과 교회에서 각각 하객이 160명씩 참석한 가운데 작은 결혼식을 올렸다. 배 전 교수는 평소에 입던 양복을 입고 아들 결혼식에 참석했고, 장씨는 첫째 딸 결혼식 때 맞춘 한복을 다시 입었다.

배 전 교수 부부는 "결혼식을 호화롭게 치러야 체면이 선다는 사람들도 있지만, 작은 결혼식을 치르면 흐뭇한 기억만 남기 때문에 우리 가족은 네 번의 결혼식에 모두 만족하고 있다"며 "좋은 가풍을 이어가도록 손주들도 꼭 작은 결혼식을 시키고 싶다"고 했다.

[[천자토론] '작은 결혼식' 올리는 사회가 되기 위해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