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희씨가 명주실을 꼬아 만든 전통 다회를 소개하고 있다.

"다회(多繪)라고 하면, 다도(茶道)냐고 물어보는 사람이 대부분이에요. 우리 전통 예술에 이렇게 무지해도 되는 건지 …."

다회장(多繪匠) 임금희(51)씨는 25년째 명주실과 씨름하고 있다. 안동에서 대학을 다니다 서울에 올라와 직장생활을 하던 1982년, 고(故) 김주현 선생에게 다회를 배웠다. 다회는 명주실로 끈을 만들고, 그 끈으로 도포 띠나 장도 끈, 부채에 다는 장식 등을 만드는 전통 기법이다.

흰 명주실에 천연염료를 물들이고, 가느다란 실을 두 줄로 꼬고 증기를 쐬는 등 다회를 만드는 10여 단계 과정은 오로지 손으로만 해야 한다. 이렇게 만든 다회 아래엔 구름이나 당초 등을 그물 모양으로 짜 넣은 망수(網綏)와 수십 가닥 끈으로 묶은 술이 따라붙는다. "무늬가 생각대로 나오지 않아 직기(織機) 앞에 엎드려 운 게 한두 번이 아니에요." 임씨는 "손으로 실을 만지고 꼬느라 지문이 닳아 없어질 정도"라 했다. 임씨는 '조선시대 광다회의 복원적 연구'를 주제로 성균관대 디자인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장인이다.

다회장은 조선왕조의 기본 법전인 '경국대전'에 지정돼 있을 만큼 조선 복식에서 중요한 위상을 차지했다. 실록 등에 따르면, 궁중엔 다회장이 매듭장보다 세 배 이상 많았다고 한다. "부채에 다는 다회인 선추(扇錘)는 벼슬아치만 할 수 있을 만큼 선비들의 자부심이 깃든 장식입니다. 얼마나 소중히 여기고 자랑스러워 했겠습니까." 전통 선비들 장식품이던 다회는 서양식 의복에 밀려 거의 자취를 감췄다. 다회장이 만든 끈으로 매듭을 묶는 매듭장은 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돼 있지만, 다회장은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임씨는 다회 제작 기법을 재현한 '다회·망수 그 천 년의 시간 속으로' 전시회를 17일 서울 인사동 한국 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갤러리(02-447-2983)에서 열었다. 23일까지 계속되는 이 전시회는 국왕이 쓰던 면류관, 조선 태조의 어보, 장도를 장식한 다회 등 40여 점을 선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