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 병사가 2일 밤 우리 철책을 넘어 전방 소초(GOP) 생활관(내무반) 문을 두드리고 귀순한 사건은 우리 군의 전방 경계 태세와 보고 체계의 문제점을 여실히 드러냈다.
◇"졸거나 근무지 이탈 병사 없어"
북한군 병사는 2일 오후 10시 30분쯤 강원도 고성 22사단 예하 부대의 GOP 철책에 도착해 30분 내에 3중(重) 철책을 넘은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동해선 경비대 내무반 건물을 찾아 유리문을 두드렸으나 인기척이 없자, 30여m 떨어진 내륙 1소초(GOP 내무반) 건물로 가서 문을 두드린 뒤 귀순 의사를 밝혔다. 한국군이 북한 병사의 신병을 확보한 시각은 2일 오후 11시 19분이었다. 군 관계자는 "조사 결과, 졸거나 근무지를 이탈한 장병은 없었다"고 말했다.
◇합참은 왜 '노크 귀순'보다 CCTV 발견에 무게를 뒀나
22사단 상급 부대인 1군 사령부는 2일 오후 11시 32분 합동참모본부에 "내륙 1소초에 귀순자가 발생했다"는 최초 상황 보고를 했다. 이어 3일 오전 2시 10분 "CC(폐쇄회로)TV로 발견했다"고 화상을 통해 추가 보고했다. 'CCTV 발견' 내용은 대대장(중령)이 소초 앞에 CCTV가 설치돼 있는 점을 감안해 22사단장과 화상 회의 때 추정 보고한 것으로, 이 내용이 8군단장(중장)과 1군 사령관(대장)에게 그대로 보고됐다. 이는 이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1군 사령부 상황 장교는 이날 오후 5시 7분 수정 보고 내용을 지휘통제시스템(이메일)을 통해 보낸 뒤 합참 상황장교에게 "최초 보고 경위가 바뀌어 자료를 보내니 열람하라"고전화로 통보했지만, 합참 상황장교는 이를 아예 열어보지도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3일 최종일 국방정보본부장(중장)은 '노크 귀순' 첩보를 입수해 김관진 국방장관과 정승조 합참의장에게 2~4분간 전화로 보고했다. 귀순 사건을 총괄하는 합참 신현돈 작전본부장(중장)은 그러나 정식 보고 절차를 통해 올라온 'CCTV 발견' 쪽이 더 신빙성이 있다고 정 의장에게 보고했다고 한다. 정 의장은 지난 7일 한 차례, 국감 당일인 8일 네 차례, 10일 정정 보고가 이뤄지기 전 한 차례 등 모두 6차례 걸쳐 신 작전본부장에게 "CCTV 발견이 맞느냐"고 물었고, 신 본부장은 그때마다 "맞는다"고 답변했다고 한다. 군 소식통은 "신 본부장은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 때 군 발표가 오락가락했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공식 조사가 끝날 때까지 종전 입장을 견지하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정 의장은 10일 오전 신임 군 수뇌부 신고 때 청와대를 방문했다. 국정원 등으로부터 '노크 귀순' 보고를 받았던 이명박 대통령과 청와대 관계자들은 정 의장에게 북한군 귀순 경위를 따졌고, 정 의장은 크게 당황했다고 한다. 정 의장은 이날 청와대를 나선 직후인 오전 11시 30분 최종 정정 보고를 받았다.
◇靑 "정 의장, 잘못 없다" 경질설 부인
군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합참 작전본부장 등 장성 5명과 영관장교 9명 등 14명을 문책하기로 했다. 귀순 사건이 발생한 22사단의 조모 사단장(소장)은 보직해임 돼 육군본부 징계위원회로 넘겨졌다. 조 사단장은 두 달 전 이 부대 정보참모가 북한 병사가 넘어온 GOP 지역에 대해 "경계 취약 지역으로 지정해 경계 시설을 보강해야 한다"고 건의한 것을 묵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각에서 정 의장 경질설이 제기되고 있는 것과 관련,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정 의장은 부하로부터 보고를 잘못 받았을 뿐 잘못한 것이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신임 육군참모총장이 취임한 지 1주일도 되지 않는 등 최근 군 수뇌부 인사가 있었는데 합참의장이 경질될 경우 추가 인사가 불가피해짐으로써 정권 말기 군 내에 큰 동요와 혼란이 초래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