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침묵'은 침묵과 고요를 그림처럼 보여주는 다큐멘터리 영화다. 이 그림은 아름답고 사려 깊으면서 때로는 생동감이 넘치기까지 하다.
마이클 화이트 감독은 영국 런던 노팅힐 한가운데 있는 '가르멜 여자 봉쇄 수도원' 맞은편에 살고 있었다. 그는 수도원에서 들려오는 종소리에 끌려 수도원 측에 다큐 촬영을 제안했다고 한다. 10년을 기다려 마침내 촬영과 인터뷰 허가를 받은 그는 하루 두 차례 휴식시간 외에는 1년 내내 종일 침묵을 지키는 수녀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수녀들의 일상이 담겼고, 신과 믿음에 대한 문답이 오가는 이 영화를 '종교영화'로 보긴 곤란하다. 카메라는 수도원과 수녀들에게 경의(敬意)의 눈길을 보내지만 관찰자로서의 본분까지 잊지는 않았다. 감독은 "수도원을 들어온 게 도피 아니냐" "그분(신)이 당신의 소리를 안 들어줄 때가 있지 않느냐" "죽음을 경외하는 게 아니라 두려워하는 게 아니냐" 등 신과 믿음, 삶과 죽음에 대한 직설적인 질문을 던진다. 이에 대한 수녀들의 단단하고도 깊은 대답은 긴 침묵에 대한 보상인 것만 같다.
짧은 인터뷰와 기도문을 외는 시간을 제외하고서 수녀들의 목소리를 듣긴 힘들다. 그래선지 영화는 관객들의 청각과 시각을 더 풍성하게 자극한다. 빗자루로 바닥을 쓰는 소리, 종소리, 북소리, 책장 넘기는 소리가 대사처럼 선명하게 들린다. 조명을 배제하고 자연광을 이용한 촬영은 느릿한 화면에 입체감을 불어넣는다. 불투명한 유리로 새어 들어오는 빛에 비친 나이 든 수녀의 주름진 얼굴은 마치 17세기 네덜란드 화가들이 그린 그림처럼 보인다.
한 수녀는 인터뷰에서 "신이 내 곁에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바쁘게 살아간다. 그게 도피다"라고 말한다. TV나 스마트폰에 얼굴을 파묻는 사람들도 결국은 입을 다물고 자기 자신과 현실로부터 도망을 가는 게 아닐까. 이 영화를 볼 때만큼은 휴대전화를 꺼놔도 좋을 것 같다.
이것이 포인트!
#대사 "침묵은 생각까지 다스립니다. 그러면 침묵은 음악이 되죠."(한 수녀의 인터뷰 내용)
#장면 햇살이 스며든 복도를 조용히 거니는 수녀들. 마치 요하네스 베르메르(17세기 네덜란드 화가)의 그림을 보는 듯하다.
#해외평 '용기를 주고 마음을 사로잡는 깊은 감동의 영화'(영국 영화 전문지 '엠파이어')
#이런 분 보세요 침묵과 고요가 아직 두렵고 낯선 분들.